카카오페이 CI / CI = 연합뉴스
카카오페이 CI / CI =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중국 핀테크 기업 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지분을 담보로 약 63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한다. 이는 지난 7월 2800억 원 규모의 EB 발행에 이은 두 번째 자금 조달이다. 

알리페이가 상당한 지분을 EB 발행에 활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향후 EB가 주식으로 전환돼 시장에 풀릴 경우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출회)’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알리페이는 지난 3일 카카오페이 지분 8.62%(1164만8791주)를 대상으로 오는 10월 2일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교환가액은 주당 5만4014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5만7800원) 대비 약 6.5% 할인된 수준이다. 교환 청구 기간은 11월 12일부터 12월 19일까지며, 만기일은 12월 29일로 초단기 만기의 사채다.

알리페이는 해당 지분을 삼성증권에 대여했고, 이 주식은 모두 골드만삭스로 이전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확보한 주식을 활용해 시장에서 공매도하거나, 교환권 행사에 대비해 사전에 주식을 확보함으로써 리스크를 헤지(hedge)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환사채 발행에 따른 프리미엄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알리페이는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식 매각 부담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얻는다.

알리페이는 이미 지난 7월에도 동일한 구조로 약 483만681주(28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 바 있다. 당시 교환가는 주당 5만9100원으로, 당시 주가 대비 약 12% 할인된 수준이었다. 두 차례 EB 발행은 일련의 계획 아래 진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알리페이는 2022년 6월과 지난해 3월에도 카카오페이 지분을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바 있다. 다만, 올해부터는 교환사채 형태로 자금 조달 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알리페이가 카카오페이 지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EB 발행이 알려지면서 카카오페이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스테이블코인 사업 기대감으로 지난 6월 말 9만3800원까지 상승했으나, 9월 2일 종가 기준 5만7800원으로 38% 하락했다. EB 발행이 공시된 3일에는 5만2000원으로 전일 대비 10% 이상 급락했고, 4일에는 5만1500원으로 마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재평가 구간에서 2대 주주의 반복적인 지분 처분은 명백한 리스크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수급 부담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시장에 나올 물량이 공매도와 연계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EB 발행 이후 채권자가 주식을 전량 교환하더라도 알리페이는 여전히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현재 알리페이의 지분율은 27.9%이며, 7월과 10월 EB가 모두 교환될 경우 지분율은 약 15.7%로 낮아진다. 이 경우 골드만삭스가 확보하게 될 지분율도 15% 수준으로, 양측 간 지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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