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하나증권 본사. /사진=하나증권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하나증권 본사. /사진=하나증권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처음으로 하나증권이 외국인 통합계좌(Omnibus Account)를 유치하면서, 국내 증권업계 전반에서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도 뒤이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KB증권 등도 옴니버스 계좌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국내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황세를 보이는 가운데, 외국인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증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옴니버스 계좌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특례 지정을 받았다. 이후 지난달에는 홍콩 소재 엠퍼러증권과의 제휴를 통해 외국인 통합계좌 유치에 성공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현재 정식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내부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서비스 시작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조만간 시행될 예정”이라며 “최근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종목의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현지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은 2분기 중 금융당국에 옴니버스 계좌 관련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KB증권 등 다수 증권사도 신청을 준비 중이다.

옴니버스 계좌로 외국인 투자 문턱 낮춰…MSCI 편입 기대감 고조

국내 증시는 최근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0일 장중 기준 4년 2개월 만에 33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이후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국내 주식을 약 57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4개월 연속 ‘바이 코리아(Buy Korea)’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8월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총 904조 8000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7.5%에 해당한다.

옴니버스 계좌는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의 계좌 개설 절차 없이 현지 증권사를 통해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 등 복잡한 절차로 인해 접근 장벽이 높았지만, 2023년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되면서 제도적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정례회의를 통해 옴니버스 계좌를 포함한 외국인 투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이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외국인의 국내 주식 직접 투자를 허용했다. 금융당국은 향후 국내외 증권사 간 계약 관계 등을 구체화해 감독 실효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거주 외국인도 별도의 계좌 개설 없이 옴니버스 계좌를 개설한 현지 증권사를 통해 통합 주문·결제가 가능해져 투자 편의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접근성이 높아지고 투자 주체가 다양화되며 신규 자금 유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옴니버스 계좌 도입이 정부가 추진 중인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은 MSCI 신흥국(EM) 지수에 속해 있으며, 외국인의 낮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선진국 지수 편입이 번번이 좌절돼 왔다.

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최소 20조원에서 최대 75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다양한 기관들이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옴니버스 계좌는 선진국 지수 편입의 핵심 제약 요인을 해소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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