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시장이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일반 태양광 모듈 시장이 중국 기업의 압도적 저가·고효율 경쟁에 장악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분야가 바로 BIPV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지는 기업과 기관에서 20여년 태양광 연구에 매진해온 고려대학교 황성호 교수를 만나 국내 BIPV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그래고 경쟁력 제고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황성호 교수는 “심미성과 성능 개선은 물론, 건축·소재·철강·페인트 등 이종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 절실하다”며, “이는 단순히 효율과 가격만으로는 경쟁하기 어려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BIPV의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려대학교 황성호 교수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고려대학교 황성호 교수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최근 국내 BIPV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BIPV 산업은 시장 흐름뿐 아니라 정책 지원에 크게 좌우되는 특성이 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 등 주요국도 사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각국은 산업·사업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을 펼치고 있다. 

국내 역시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생태건축환경학회(KIEAE) 분석에 따르면, 국내 BIPV 시장은 연평균 21.2% 성장해 2026년 약 4,4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정책적 동력과 성장 전망을 감안할 때, BIPV 시장은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이갈 것으로 기대된다.

BIPV 관련 가장 중점적으로 연구되고 있 분야는?

BIPV 핵심 연구 분야는 △심미성 △성능 △내화성·신뢰성 △가격 경쟁력으로 구분된다. 심미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색상과 형태가 개발되고 있으나 특정 색상 구현 시 빛 반사로 효율 저하로 이어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건물 외벽 설치 특성상 최적 경사각(약 30도)과 달라 발전량 감소 문제도 있다. 

내화성과 신뢰성도 중요한 과제로, 건물 수명과 화재 안전을 고려한 기준 마련이 추진 중이다. 태양광 모듈은 25년 보증을 제공하지만 건물 수명이 더 긴 만큼 이를 보완하는 기술개발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격 경쟁력은 산업 확산의 핵심이자 국내 산업 기반과 직결된다.

국내 BIPV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유틸리티와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은 이미 중국 기업이 장악했다.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BIPV로, 심미성과 성능을 유지하면서 발전량 감소를 최소화하고 내화성·신뢰성을 강화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MOU 체결 사례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이다. 다만 중국은 맞춤형 설계도 제조 시스템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 국내 기업은 로컬 특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어떠한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 BIPV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최고 효율·저가 경쟁보다 다른 산업의 특성과 ‘융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고 효율과 저가 경쟁은 이미 중국이 주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의 강점을 살린 ‘융합’으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철강 소재 후면재 적용, 방열 소재 접목, 건설사와의 시공 기술 고도화 등으로 효과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실제로 엡스코어의 G2S 강판 기술, 삼화페인트의 방열 필름, 신소재 연구진의 아이디어 등이 융합되며 새로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중국과의 정면 경쟁을 피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국내 산업계에는 태양광에 적용이 가능한 다수의 기술이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을 적극 발굴·융합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발전 효율 개선과 더불어 복합 응용 분야 연구 확장성은?

20년 가까이 태양광을 연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융합’을 통한 성능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셀 효율이 높아지며 열로 인한 발전 저하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는데, 모듈 온도가 10도 오를 때마다 발전량이 약 3%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산업 소재와 기술을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예컨대 H사의 강판, S사의 방열 필름을 모듈에 적용해 성능을 개선하고 있으며, 태양광과 담수화 기술을 결합해 모듈 냉각과 해수 담수화를 동시에 구현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바닷물을 활용해 태양광 모듈의 온도를 낮추고, 동시에 가열된 해수를 적은 에너지로 담수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중동 수출과 국내 물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BIPV 산업 활성화를 위한 의견은?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이 BIPV 활성화를 위해 사업적 측면에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산업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 태양광 유틸리티·주거용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했고, 국내도 자재를 중국에서 들여와 조립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BIPV도 같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단순 조립을 넘어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대규모는 아니더라도 국내 현실에 맞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특히, 유럽이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태양광 제조를 부활시키는 배경은 ‘에너지 안보’이며, 우리도 내재화를 소홀히 하면 장기적 사업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

향후 연구 계획과 장기적인 목표는?

태양광과 타 산업 기술의 융합 연구에 집중해 중국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동시에 셀·모듈·옥외 성능이 분리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풀 인테그레이션(Full Integration)’을 통한 최적화 연구를 추진할 것이다. 

옥외 성능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발전량 예측 정확도를 높이고, 저에너지·친환경 폐모듈 처리와 재활용 기술 개발에도 주력한다. 아울러 N+1(열 관리), N+2(강판 순행 냉각), N+3(담수화 융합) 등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해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매출 창출이 가능한 기술들을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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