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국내 건물 태양광 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건물일체형태양광(BIPV)은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확대와 RE100, 탄소국경세 등 글로벌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편승해 국내 태양광 산업의 새로운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2025년부터 연면적 1,000m2 이상 건축물과 17개 용도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 4등급 의무화를 시행하면서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구조가 보편화되는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는 발전설비를 넘어 건축·소재·에너지 기술이 융합된 복합 산업으로서 BIPV의 잠재력을 한층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심미성과 내구성, 효율성을 갖춘 고품질 제품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으며, 산학연 협업을 통한 기술 융합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BIPV는 건축물 외피를 활용해 설치 공간 제약을 해결할 수 있어 도심형 에너지 전환의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업계의 기술 혁신이 맞물리며,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 글로벌 태양광 시장 속에서 국내 기업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와 직결된 만큼, 정책 지원 확대와 시장 기반 강화에 따라 향후 성장세는 한층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BIPV가 적용된 SMA 태양광 교육센터 건물 전경 [사진=Constantin Meyer]
BIPV가 적용된 SMA 태양광 교육센터 건물 전경 [사진=Constantin Meyer]

2025년 ZEB 의무화 확대, BIPV 성장의 기폭제

건물 태양광 산업, 특히 BIPV 분야에서 2025년을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기는 이유는 단연 ZEB 의무화 확대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확대해온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의무화 정책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0년 연면적 1,000m2 이상 공공 건축물에 ZEB 5등급을 적용한 데 이어 2023년에는 500m2 이상으로 대상을 넓혔고, 2025년에는 1,000m2 이상 건축물과 17개 주요 용도 건축물에 ZEB 4등급 기준을 적용한다. 단순한 설계 기준 강화를 넘어, 건축물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에너지 자립형 구조’로의 전환을 견인하는 제도다.

올해 12월부터는 연면적 1,000m2 이상 민간 건축물도 ZEB 5등급 수준의 에너지성능을 확보하도록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이 강화된다. 특히 건축물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일부를 태양광·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도록 신재생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BIPV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생태환경건축학회(KIEAE) 최근 자료 <제로에너지건축물 구현을 위한 태양광발전시스템 적용 연구 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4,800건 이상이 ZEB 인증을 받았다. 그중 5등급이 60%를 차지해 초기 의무화 단계에서는 최소 기준 충족 위주의 대응이 많았지만 향후 기술 발전과 인센티브 확대에 따라 고등급 달성 비율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ZEB 달성을 위해서는 건물 자체에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이 필수이며, 특히 별도의 설치 부지가 필요 없는 BIPV가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층 건물과 도심 밀집 지역이 많은 국내 여건에서 외벽, 창호, 지붕 등 건물 외피를 활용한 BIPV는 설치 효율이 높고 미관을 해치지 않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정부 정책, 기술 개발, 산업 생태계 확충이 맞물리며 BIPV 시장 성장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주목하는 BIPV 산업의 확대 전략

BIPV 확산은 국내만의 흐름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정책과 시장을 통해 빠르게 건물 태양광 기술을 수용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세액공제(ITC) 등을 통해 건물 태양광 설치를 촉진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솔라루프’와 GAF의 태양광 슁글 같은 BIPV 솔루션이 고급 주택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 누적 설치량은 1GW 미만이지만, 2020년대 중반 이후 디자인 수요 증가와 자재 가격 하락으로 상업용 건물에서도 적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2000년대 초부터 BIPV를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프랑스·이탈리아는 과거 BIPV에 일반 태양광보다 높은 FIT를 보장했고, 역사적 건축물과 경관 보호를 위해 BIPV 설치만 허용하는 지역도 존재한다. EU는 2020년부터 신축 건물에 ‘NZEB(Nearly Zero-Energy Building)’ 기준을 적용했다. NZEB는 모든 신축 건물이 높은 에너지 성능과 매우 낮은 에너지 소비량을 갖춰야 하며 대부분 건물 내부 및 인근 재생 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제도다. 2030년 완전한 탄소중립 건축을 목표로 건물 내 재생에너지 생산을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다.

중국은 탄소중립 선언 이후 BIPV를 포함한 분산형 태양광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설치 비율을 의무화하고 발전량 기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으며, 론지·트리나·진코 등 주요 기업도 BIPV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도쿄를 시작으로 신축 주택 태양광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디어 파사드, 컬러 모듈 등 다양한 형태의 건물 적용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BIPV 시장 설문조사, ‘73.5%’ 성장에 긍정적

본지가 실시한 <2025 BIPV 시장전망 설문조사>에서도 산업계는 BIPV 성장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응답자의 73.5%가 ‘2026년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그중 39.8%는 1~10%, 25.3%는 10~20%, 8.4%는 20% 이상 성장을 예상했다. 감소 응답은 7.1%에 불과해 산업계 전반이 BIPV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였다.

성장 동력으로는 ZEB 의무화 확대와 RE100 이행 수요가 꼽혔으며, 초기 레퍼런스가 축적되면 민간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확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높은 초기 설치 비용(45.3%) △복잡하고 불명확한 제도·규제(30.8%) △기술 성능 한계(9.6%) △정보 부족(8.1%) 등이 지적됐다. 특히 건물 외장재와 태양광 모듈 융합으로 인한 인허가 충돌, KS 인증 등 표준 미비가 시장 확대의 걸림돌로 꼽혔다.

응답자들은 “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와 인증 체계 단순화가 필요하다”며, 건물 설계 단계에서 BIPV를 반영하는 의무 규정과 인센티브 제공을 제안했다. 또한 “BIPV 장점을 모르는 건물주가 많아 설치 결정을 주저한다”며 정부의 인식 개선 캠페인과 친환경·심미성 가치에 대한 홍보 확대를 주문했다.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33.9%), 제도적 지원(28.5%), 기술 및 제품 성능 향상(24.3%) 순으로 꼽혔으며, 산업계는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풀려야 BIPV가 본격 확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BIPV 산업의 성장은 제품 경쟁력과 기술 혁신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BIPV 산업의 성장은 제품 경쟁력과 기술 혁신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기술 경쟁 고도화… 협업과 융합이 여는 새 시장

BIPV 산업의 성장은 제품 경쟁력과 기술 혁신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거 단순한 사이즈 및 컬러 중심의 제품 경쟁에서 벗어나 소재·셀·가공 등 다각적 요소를 결합한 고품질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내구성과 내화성, 효율성 향상은 물론 시공 편의성까지 개선되면서 시장 공략 포인트도 다양해졌다. 

기술적 진화는 부분 음영 등 도시 환경에서 발생하는 발전 손실 문제 해결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개발된 BIPV 전용 파워 옵티마이저는 저전압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MPPT 알고리즘 개선을 통해 음영 상황에서도 발전 효율 저하를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이를 통해 건물 입면 수직 설치나 다양한 색상 구현 등 BIPV 특유의 제약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이 가능해지며 제로에너지빌딩 구현의 신뢰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또한, 컬러 구현 기술의 발전으로 미관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투명 태양광과 유리 블록 일체형 솔루션, 자동 색상 전환 스마트 윈도우 등 다양한 혁신 기술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 경쟁은 단순한 발전 효율을 넘어 건축 디자인, 소재 산업, 스마트 에너지 시스템과의 융합으로 확장되고 있다.

BIPV 산업의 경쟁력은 개별 기업의 기술을 넘어 협업과 융합에서 빛을 발한다. 최근 건축, 소재, 철강, 페인트 등 이종 산업과 산학연이 힘을 모아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컨대 철강 기반 G2S(Glass-to-Steel) 모듈 공동 개발이나 창호업계와의 창문형 BIPV 프로젝트처럼 기술 융합을 통한 시너지가 확산되고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건축사와 협력해 BIPV 적용 타당성을 검토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는 단순한 발전설비가 아닌 건축물 가치 자체를 높이는 접근으로 시장 확대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특히 중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디자인·융합 솔루션으로 승부수를 띄우려 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모델은 향후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BIPV 시장에서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선택

국내 태양광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는 일은 단순한 산업 진흥을 넘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럽이 분산형 태양광과 BIPV에 다시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역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자립을 위해 BIPV를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제도·가격 경쟁력 확보와 함께 국민 인식을 전환하는 정책 홍보와 교육도 필요하다. 

건물 외관과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BIPV는 재생에너지 확산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산업계, 연구계가 힘을 모아 한국형 BIPV 경쟁력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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