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클릭 한 번이면 선물이 도착하는 시대’에 현대백화점은 올해도 ‘손의 온기’를 꺼내 들었다.
‘아뜰리에 드 노엘; 메이드 위드 러브-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 사랑을 듬뿍 담아’라는 주제로 펼쳐진 2025년 더현대 서울의 겨울 풍경은 디지털 시대에 잊혀진 ‘정성의 감각’을 사람의 손끝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비쳐졌다.
부쩍 쌀쌀해지며 성큼 겨울이 찾아온 것만 같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사운드 포레스트’를 찾았다.
이곳은 아직 두 달 가까이 남은 크리스마스가 이미 눈앞에 와 있는 듯 단장을 마친 상태였다.
코티지(중세의 소박한 시골집) 천장에는 금빛 전구들이 반짝이고, 장식된 트리 사이로 눈이 쌓인 듯한 풍경이 성탄 무드를 물씬 자아냈다.
그렇게 입구를 지나자 ‘산타의 집’이라는 붉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포인세티아와 루스커스 레드베리가 장식된 현관은 축복과 변치 않는 소중함을 상징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산타의 거실이 펼쳐졌다. 낡은 책과 신발, 오래된 사진들이 벽난로 옆에 놓여 있다. ‘산타가 실제로 다녀간 공간’처럼 느껴지는 정교한 연출이었다.
현대백화점 디자인MD팀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산타를 철학자이자 인류의 친구로 그려보고 싶었다”며 “그의 발자국이 남은 집, 그의 시간의 흔적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 ‘편지와 선물, 손끝의 공감’이 있는 공방
산타의 집을 지나면 아이들의 편지가 날아드는 ‘편지공방’이 나타난다. 하얀 부엉이들이 입에 편지를 물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 공간 위를 가로지른다.
이 방에 모여진 약 1000장의 손편지는 모두 사람이 직접 꾸몄다. 공방 앞에서 안내를 해준 회사 관계자는 “이 편지들은 직원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달았다”고 귀띔했다.
그다음 마주선 공간은 선물공방. 올해 크리스마스 연출의 중심 무대다. 삼각지붕을 닮은 코티지 안에는 해리와 엘프들이 아이들의 소원을 담은 장난감과 케이크를 만드는 장면이 펼쳐졌다.
미니어처 기차가 선물을 싣고 오가고, 각국의 마을을 축소한 디오라마는 마치 산타의 창고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했다. 특히 선물공방은 창틀의 낡은 나무 결, 벽면을 타고 흐르는 눈 결정 하나까지 세심하게 완성돼 있었다.
선물공방 옆에는 ‘포장공방’이 자리했다. 약 1000개의 빨간 상자가 층층이 쌓여 있고, 리본은 모두 수작업으로 묶어 냈다.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실제로 10명의 작업자가 10일간 리본만 묶었다”며 웃었다.
그 수고의 결과는 단순히 ‘예쁜 장식’이 아닌 ‘정성이 담긴 1000가지의 예쁜 장식’으로 느껴졌다. 리본마다 다른 매듭, 박스마다 미세하게 다른 형태가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이 만든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마지막 공간은 ‘루돌프의 집’. 나무기둥 사이에는 순록 인형이 서 있고, 벽에는 ‘루돌프의 편지’가 걸려 있었다. 순록은 마치 살아 있는 듯 풀을 뜯는 모습을 연출했고, 고개를 돌려 낯선이를 경계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 책임 디자이너는 “이번 콘셉트의 출발점은 ‘선물을 전달하지 못하는 산타’였다”며 “결국 크리스마스를 완성하는 건 선물을 만드는 손, 편지를 쓰는 마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100여 그루의 트리와 8미터 높이의 나무기둥 사이로 꾸며진 숲길을 따라가면 손편지, 크리스마스 장난감, 포장 리본이 이어지고 그 끝에 ‘해리의 선물상점’이 나왔다.
이곳에서는 현대백화점이 자체 제작한 리미티드 에디션 해리 곰인형과 머그, 오너먼트 등을 판매했다.
이날 약 50여분 간 둘러본 더현대 서울의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느린 손길이 만들어낸 ‘사람과 시간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완성됐다.
거대한 조명이나 화려한 인공 눈 없이도 ‘손의 온기’를 되찾으려는 작은 시도, 그것이 더현대 서울이 만들어낸 진짜 올해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의 이야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