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코스피가 3% 넘게 반등한 지난 10일, 개인 투자자들이 하락에 베팅하는 ‘곱버스(2배 인버스)’ 상품을 16개월 만에 최대 규모로 사들였다. 급등한 증시가 단기 반락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개인 자금이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대거 이동한 모습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개인 투자자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111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7월 5일(1360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같은 날 개인 순매수 2위 종목인 ‘TIGER 미국 S&P500’(321억원)의 약 3.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2배 수익률을 추종하는 ETF로, 지수가 하락할수록 수익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구조다. 개인 순매수 3위 역시 인버스 계열 상품인 ‘KODEX 인버스’(291억원)로 나타났다.
최근까지 강세장 기대 속에 외면받던 인버스 ETF가 다시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코스피 4000 시대’라는 낙관론이 확산되며 한동안 인버스 상품은 순매수 상위권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상황이 급변했다.
실제로 11월 3일부터 10일까지 1주일 동안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가운데 인버스 상품은 단 한 종목도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에는 ‘KODEX 200’과 ‘KODEX 레버리지’가 각각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달 5일 코스피가 장중 6% 이상 급락하며 3800선까지 밀리자, 개인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에 다시 하락장에 대비하려는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인버스 ETF가 단숨에 매수 상위권으로 복귀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인버스 매수 급증을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요로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 인공지능(AI) 관련 업종의 방향성, 정부의 증시 부양책,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해제 등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단기 예측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다만 인버스 ETF는 구조가 단순해 보여도 실제 투자 난도가 높은 상품이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손실이 빠르게 누적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코스피가 하락한 지난 4일(-2.37%)과 5일(-2.85%)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상품을 각각 690억원, 1430억원 순매도했다.
한편, 개인들은 상승장에 베팅하는 ‘KODEX 레버리지’를 10일 하루 동안 1560억원 순매도하며 롱(매수) 포지션을 대거 청산했다. 이는 2024년 3월 20일(–1790억원) 이후 약 20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KODEX 레버리지’는 코스피200 지수의 일간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ETF로, 지수가 상승하면 수익률이 빠르게 높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