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증시가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2021년과 달리 증권사들의 대출 중단 조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나 신용공여 여력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8225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9월 기록한 25조6540억원의 종전 최고치를 약 50개월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이후 7일에는 26조2165억원으로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10일 기준으로는 26조1198억원을 기록해 소폭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질수록 잔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최근의 급증세는 증시 강세와 투자심리 과열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이 확대될 수 있어 ‘양날의 검’으로 꼽힌다.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은 담보로 잡히기 때문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반대매매를 진행해 투자 손실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2021년과 같은 신용융자·담보대출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기자본이 크게 늘어나 신용공여 한도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기자본 규모는 총 69조8729억원으로, 2021년 대비 34.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10조521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래에셋증권(10조2639억원) ▲NH투자증권(7조4809억원) ▲삼성증권(7조893억원) ▲메리츠증권(7조609억원) ▲KB증권(6조7247억원) ▲하나증권(6조620억원) ▲신한투자증권(5조5277억원) ▲키움증권(5조4386억원) ▲대신증권(3조703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2021년에는 신용융자 잔액이 25조원을 넘자 주요 증권사들이 신규 대출을 잇달아 중단했으며, 2023년에도 20조원을 돌파했을 때 일시 중단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가능하며, 자본 규모가 커진 만큼 신용공여 여력도 확대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통상 자기자본의 60% 수준에서 신용공여를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신용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증권사들은 대출 중단 대신 ▲고변동성 종목의 증거금률 상향 ▲신용매수 제한 종목 지정 ▲금리 조정 등의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 증가로 증권사들의 이자수익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에도 신용거래융자 관련 이자수익이 증권사 실적에 크게 기여한 만큼, 올해 역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자기자본이 늘어나면서 신용공여 여력이 확대됐고, 리스크 관리 능력도 강화됐다”며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으로 증권사 실적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 증가세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기 책임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위원회는 이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