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KT가 해킹 사고 여파와 현 대표이사(CEO)의 연임 포기라는 경영 공백 속에서 차기 CEO 선출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대표 공모에는 내·외부 ICT(정보통신기술) 전문가 20여명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며, KT의 미래 전략을 이끌 새 수장에 누가 오를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7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대표 공모는 지난 16일 오후 6시부로 최종 마감됐다. 이에 KT 측은 전날까지 접수된 서류들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공모에는 20명 이상이 지원한 것으로 파악되며, 특히 1960년대생 통신·IT 경력자들이 다수 포진한 점이 특징이다.
지원자군은 사내 인사부터 KT 출신 전·현직 임원, 대기업·학계·공공기관 출신 외부 전문가까지 폭넓게 구성됐다는 전언이다.
내부 출신 인사 vs 외부 전문가…후보 스펙트럼 다양해져
대표 선임 절차는 KT 이사회 산하 이사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맡는다. 추천위는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외부 전문기관 추천·공개모집·주주 추천(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사내 추천 등 네 가지 루트를 통해 후보군을 받았다.
KT는 대표 후보 자격으로 ▲기업 경영 경험과 전문지식 ▲이해관계자 신뢰 확보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 ▲글로벌 비전과 리더십 ▲산업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기술·시장 전문성 등을 제시했다.
사내 지원자는 KT 또는 계열사 근무 2년 이상·부사장급 이상·KT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춰야 한다는 요건도 붙었다.
추천위는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연내 최종 후보 1인을 추릴 계획이다. 최종 선임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이번 대표 공모에는 KT 내부와 외부에서 다양한 ICT 리더들이 거론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현석 커터머부문장이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 사내 후보로 거론된다. 그는 2015년부터 디바이스·고객·지역본부 등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 조직에서 요직을 맡았고, 2023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KT 출신 전직 인사 중에서는 박윤영 전 KT기업부문장(사장)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그는 2019년 대표 후보 최종 경쟁자였고 직전 공모에서도 최종 3인에 들었다.
‘쇼·올레’ 브랜드 전략을 주도했던 남규택 전 KT 부사장(현 지누스에어 부회장), 네트워크·기술전략을 총괄한 김태호 전 KT기획실장(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 공공·연구·대관 등 KT 핵심 조직을 두루 거친 박대수 전 KT텔레캅 대표, KT글로벌사업단 조직을 경험한 홍원표 전 SDS 대표(사장)도 하마평에 올라있다.
외부에서도 다양한 거물급 인사가 하마평에 오른다. 주형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보좌관은 SK텔레콤·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출신으로 통신·인터넷 전문가다.
차상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스탠퍼드대(전기공학) 박사이며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초대 원장을 지낸 데이터 전문가다. 그는 직전 공모에서도 최종 3인에 들었던 인물이다. 특히 차 교수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KT 사외이사직을 역임하며 최장수 사외이사를 지낸바 있다.
김재홍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방송·통신·미디어 정책 경험이 강점이다.
이동통신업계에서는 박원기 전 네이버클라우드 공동대표, 김철수 전 KT스카이라이프 대표,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등도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구현모 전 KT 대표는 이번 공모 불참을 공식화하며 “KT 역사와 문화를 모르는 인물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부 인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AI 전문가라고 해서 곧 대표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가 기간통신망 운영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신뢰회복·보안강화·AI 매출전환’…새 CEO 앞에 놓인 과제 산더미
내년 3월 선임될 KT 새 대표는 가장 먼저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앞서 홍역을 치렀던 SK텔레콤도 어느 정도 사태를 수습하는데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는 점에 견줘, 대표 선임까지 5개월여 남은 KT 역시 최근 벌어진 일련의 부정적 이슈가 새 대표에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KT는 최근 내부 서버 악성코드 감염과 신고 지연, 펨토셀 무단 소액결제 대응 논란 등 부정적 이슈로 인해 이용자뿐 아니라 정부·주주로부터 신뢰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이에 정부의 규제·과징금·주주 등의 소송 리스크가 향후 줄줄이 뒤따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 대표가 취임 직후 외부 보안 진단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책과 조직 내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새 대표가 맞닥뜨릴 또다른 중대 과제는 ‘AI·AX(기업 AI 전환) 사업의 매출 전환’이다.
KT는 AI·IT 역량을 강화한다며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확대해왔지만, 실제 매출로 연결시키는 실행력은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AI·IT 매출은 증가했으나 AX 부문의 수익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또 해킹 사태로 흔들린 조직 안정 회복과 노조 관계 재조정도 풀어야 할 과제다.
KT 다수 노조는 “통신 전문성과 경영 역량을 갖추고 구성원 신뢰를 얻는 CEO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KT새노조는 이사회가 주요 인사를 직접 심의하도록 규정을 변경한 점을 “낙하산 인사 견제가 아닌 오히려 방어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만큼은 KT를 잘 아는 인물이 회사를 맡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해킹 사고, AI 매출 전환, 정부·이사회와의 관계 정립 등 수많은 과제가 동시에 밀려오는 만큼 확실한 방향성과 강한 실행력을 갖춘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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