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첫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공식 지정됐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금융위원회는 제20차 정례회의에서 두 회사를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선정하고, IMA 업무 영위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제도 도입 8년 만에 첫 IMA 사업자가 탄생한 셈이다. 아울러 키움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되며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연내 IMA 상품 출시를 목표로 준비해 왔다. IMA는 고객 자금을 기업금융(IB) 등에 투자해 발생한 수익을 배분하는 계좌로, 고객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기대 수익률과 더불어 원금 보장이 가능한 새로운 투자 상품이다.
신규 출시될 IMA의 목표수익률은 연 4.0~8.0% 수준이 될 전망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두 곳 모두 이르면 다음 달 초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정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발행어음·IMA 종투사에 ‘모험자본 공급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융위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자금 흐름을 강화하기 위해 종투사 체계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추가 지정도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자본시장 개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새 기준에 따라 종투사는 발행어음·IMA로 조달한 자금의 25%를 반드시 모험자본에 투입해야 한다.
투자 대상에는 중소·중견·벤처기업 증권과 대출채권, A등급 이하 회사채, 상생결제 외상매출채권, 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금융회사 출자 등이 포함된다. 여기에 국민성장펀드의 첨단전략산업기금과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투자까지 더해지면서 활용 폭이 크게 넓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종투사 지정으로 모험자본 공급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새 종투사들의 발행어음·IMA 조달 능력이 약 70조~80조원으로 추산되는 만큼, 의무비율 25%를 감안하면 17조~20조원 이상의 모험자본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추가 종투사까지 시장에 진입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25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모험자본이 저위험 자산에 집중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금융위는 중견기업 및 A등급 회사채 투자를 모험자본 실적의 최대 30%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발행어음·IMA로 100원을 조달했다면 최소 25원을 모험자본에 투자해야 하고, 이 중 7.5원까지만 중견·A등급 채권으로 채울 수 있는 구조다. 반면 BBB- 이하 고위험 채권 등 구조적 위험이 큰 투자에는 별도 제한이 없다.
기관투자자의 코스닥 시장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보 인프라 개선도 추진된다. 코스닥 투자 확대의 핵심 장애물이 정보 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종투사를 리서치 허브로 육성해 코스닥 분석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새 종투사들은 코스닥 리서치 전담부서를 확대하고 기업 분석 커버리지를 넓힐 예정이다. 고 자본시장과장은 “현재 세 곳이 작성하는 코스닥 리포트는 300개 수준이지만 이를 최소 450개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 체계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금감원, 금융투자협회, 종투사, 자본시장연구원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분기별 모험자본 공급 실적을 점검하고 우수 사례를 공유할 계획이다.
추가 종투사 지정도 예고됐다. 고 과장은 “심사가 마무리되는 순서대로 추가 종투사 지정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IMA 후보군은 NH투자증권, 발행어음 후보군은 신한·하나·삼성·메리츠증권이 심사 중이다.
이번 개편은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을 부동산 중심 구조에서 혁신·성장 분야로 전환하려는 정부 정책 의지가 집약된 결과로 평가된다. 발행어음과 IMA라는 종투사의 단·중기 조달 구조가 모험자본으로 직접 연결되면서 생산적 금융의 축이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닥 리서치가 확대되면 정보 비대칭이 해소돼 기관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도 완화될 것”이라며 “종투사 모델이 한국판 ‘골드만삭스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