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손태승‧함영주에 중징계… 우리은행‧하나은행 ‘신뢰도 추락’ 불가피
  • 최기창 기자
  • 승인 2020.01.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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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위계질서 맞물려 DLF 사태 키워, “은행권 체질 개선 시급”

[인더스트리뉴스 최기창 기자] DLF(파생결합펀드)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던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철퇴를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1월 30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또한 KEB하나은행 지성규 은행장에게는 주의적 경고를 처분했다. 사전 통보한 징계가 그대로 확정된 셈이다.

기관에 대한 징계 수위도 정해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는 6개월 업무 일부정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고, 이를 금융위원회에서 건의하기로 했다.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왼쪽)과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 [사진=WKBL, 하나은행]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왼쪽)과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부회장 [사진=WKBL, 하나은행]

이번 금융감독원의 징계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

우선 그동안 금융감독원이 꾸준하게 강조한 ‘소비자 보호’ 원칙이 이번 제재심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DLF 사태를 상품을 판매한 ‘일부 직원의 일탈’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스템의 문제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은행 내 리스크 관리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DLF 현장검사 중간 결과 발표 당시에도 금융감독원은 DLF 상품 출시 및 판매 관련 내부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상품위원회 심의를 거친 상품이 1% 미만이었고, 일부 심의건은 참석위원 의견을 임의 기재했다. 또한 DLF 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자체 리스크 분석 없이 손실위험을 0%로 오인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의 백테스트 결과 자료를 그대로 수용하는 오류도 범했다.

더불어 금감원은 은행이 직접 DLF 판매를 강하게 독려했다고 판단했다. 은행 경영계획에서 매년 수수료 수익 증대 목표나 DLF 판매 목표를 상향제시했고, 은행 본점 차원에서 일(日) 단위로 영업 본부 등에 실적 달성 독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보호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고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기초자산인 채권금리의 하락으로 기존에 판매한 DLF의 손실 가능성이 증대하는 상황에서도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품구조를 바꾸며 신규판매를 지속했다. 고객 유인을 위해 약정 수익률을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위험을 확대했다. 아울러 기존 고객에게 손실 가능성을 통보하지 않았고 높은 수준의 환매수수료(7%) 등으로 인해 Stop-loss 실적도 저조했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가 드러났다. 은행 본점이 영업점에 손실가능성과 금리변동성 등 위험성 관련 중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하지 않은 사례가 발견됐고, 판매직원 교육자료에 ‘짧은 만기, 높은 수익률’만을 강조하는 등 본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업점은 다양한 세일즈를 펼치며, 고객들에게 큰 손실을 끼쳤다.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도 다수 발견된 원인이다. 금융감독원이 이번 제재심에서 두 은행은 물론 책임자인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린 이유로 분석된다.

이번 징계로 인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진 것도 이슈로 꼽힌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와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통상 중징계로 분류하며,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결국 우리금융그룹 손 회장과 하나금융그룹 함 부회장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으며, 두 은행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이중 우리은행은 더욱더 안갯속이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친 뒤 우리금융그룹회장을 연임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징계로 인해 연임이 쉽지 않게 됐다. 제재 효력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수 있지만, 금융감독원과 법정 분쟁을 거쳐야 한다. DLF 사태 속에서 무리하게 연임을 추진했다는 여론도 부담이다.

함 부회장 역시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그는 차기 하나금융그룹회장 후보군 중 하나였다. 그러나 중징계로 인해 금융그룹회장에 도전할 기회가 박탈됐다.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지만 두 인물의 연임 및 회장 도전 불발보다 더 큰 손실은 두 은행의 신뢰도 추락이다. 더불어 이번 사태를 통해 금융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은행 내부의 부조리한 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은행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와 경직된 위계질서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파악된다. 은행권의 체질 및 문화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직원들은 신입 행원 때부터 은행 특유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번 DLF 사태는 이러한 보수적인 문화가 그대로 발현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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