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피코, 전기차 산업의 새로운 미래 강원도에서 만든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20.05.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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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개발한 초소형 전기트럭 국내 최초… 경차와 특장화 통해 전기차 시장의 외연 넓힌다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국내 전기자동차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시장과 산업의 왜곡도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제대로 자체 개발된 차량은 드물고 기존 승용차의 디자인을 바꾸거나 따라하기 수준에 급급하다. 디자인부터 설계, 제작 과정을 자체적으로 거친 회사는 찾아보기 드물다. 이는 국내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더디게 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디피코(DPECO)는 바로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초소형 전기화물차를 자체 개발해, 전기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기술자로서 외길을 걸어온 자동차 장인 송신근 대표는 자동차 엔지니어링으로 다져진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지금까지 완성차 업체 외에는 해내지 못했던 전기차의 개발‧제작‧판매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생산공장을 지은 지 1년도 안된 시점에서 개발과 시작차 출시, 양산체제구축을 마친 디피코의 추진력은 모두에게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에 <인더스트리뉴스>는 송 대표를 직접 만나 그 비결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봤다.

강원도 횡성 우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디피코의 자동차공장단지에서 송신근 대표를 만났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강원도 횡성 우천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디피코의 자동차공장단지에서 송신근 대표를 만났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자동차 엔지니어링 통해 차량 개발 및 출하, 품질 관리 등 전사적인 노하우 갖춰

디피코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프로젝트’에서 처음으로 성과를 낸 업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강원도와 디피코가 진행하는 초소형 전기차 생산공장 사업을 최종 선정했다. 그동안 강원도는 지난 2018년부터 우천일반산업단지 이모빌리티 특화클러스터 5만㎡의 부지에 총 661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145명의 지역인력을 포함한 580여명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의 전기차 산업단지 조성을 준비해왔다. 따라서 디피코를 포함해 협력부품 8개 사와 이모빌리티 연구조합을 설립하고 상생협약식을 맺고 전기차 양산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도는 334억원을 디피코는 366억원을 자체 투자해 공장단지를 조성했다.

단지에는 조립공장과 도장공장, 차체공장, 스쿠터공장 등이 설립됐으며, 480미터 길이의 시험주행로도 완공돼있다. 생산공장 착공 이후 디피코는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차량 개발을 끝내고 시작차를 내놓았다. 지금은 최종 인증을 기다리고 있으며, 오는 6월 중에는 차량 양산에 들어갈 계획으로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상태다. 양산이 시작되면 디피코는 1단계로 5천대, 2단계로 1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수출 시장을 확보하는 대로 최대 2만대 생산까지 가겠다는 포부다.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차공장(우천산업단지) 조감도 [그림=디피코]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차공장(우천산업단지) 조감도 [그림=디피코]

디피코라는 이름은 한국에서는 대단히 낯선 이름이다. 이 회사가 자동차를 개발하고 제작한다고 하면 누구나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게 빠른 성과를 보일 수 있었을까? 디피코는 1998년에 설립돼 매출 약 7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튼실한 회사다. 이 매출은 95% 이상이 모두 수출로 이뤄지고 있으며 2016년에는 2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8년에는 코넥스에 상장했으며, 중국과 일본, 인도, 캐나다, 미국, 멕시코 등 전 세계 각지에 지부도 가지고 있다.

디피코가 주로 맡았던 업무는 자동차의 디자인과 제품설계, 시작차 제작, 실험 평가 등 개발부문과 생산기술부문, 품질부문, 품질육성업무를 비롯해 출하와 품질안정 등 자동체 제반 업무를 맡아왔다. 송 대표는 “한국의 경우 자동차 엔지니어링은 완성차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하기 때문에 중소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국내에서는 수주하지 어려운 구조”라며, “일찍이 외국으로 눈을 돌려 아시아와 북미 등에서 인정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디피코는 2006년 중국 Geely사의 차량설계와 양산까지 개발 수주를 도맡은 바 있으며, 미국 코다사와 전기차 개발, 한국 AD모터스와 차량 패키지 및 스타일링 설계, 미국 ARIA US사와 하와이 관광용 버스 개발 등 13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신차 개발과 영업은 물로 새로운 공장의 전사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매뉴얼을 제작하는 등 자동차 업체로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두루 갖춘 회사다.

송 대표는 “이런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생산공장이 만들어진지 1년만에 차량 개발과 양산을 끝마치고 판매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라며,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사람들도 지난 2월 시작차를 만들어내 내놓은 뒤에는 출시를 앞당겨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송대표는 “6월 중에 양산체제에 들어간 뒤 1단계 5천대 생산이 완료되면 하반기에는 곧바로 2단계 계획에 들어갈 준비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피코의 생산공장에서 전기화물차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디피코의 생산공장에서 전기화물차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된 전기화물차… 슬라이딩 도어와 낮은 차체로 업무 최적화

디피코가 개발한 초소형 전기화물차의 이름은 ‘포트로(POTRO)’다. 강원도의 대표 작물인 감자(Potato)의 ‘PO’와 ‘뽀로로’라는 이름을 합쳐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한편, 스페인어로는 망아지나 작은 짐꾼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포트로는 타요버스 등을 착안해 깜찍하고 다가가기 쉬운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포트로의 헤드라이트의 미등은 마치 눈썹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됐으며, 차량 내부는 탑승자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넓고 쾌적함을 강조했다.

길이 3,395×1,440×1,900mm에 높이 2,400mm, 무게 350kg로 제작됐으며, 최고속도 70Km/h, 적재하중 250kg이다. 아울러 한번 충전으로 최대 8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오르막길에서도 손쉽게 주행할 수 있는 등판 능력을 갖추고 있다. 포트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운전석이 슬라이드 도어로 돼있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택배업자들의 경우 하루에 평균 2~3백번 타고 내려야 한다”며, “쉽게 타고 내릴 수 있고 피로감이 덜하고 편리성을 높인 차량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한, “좁은 거리를 다니다보니 문을 열다가 부딪혀서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며,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안전성도 높인다는 점에서 슬라이딩 도어를 채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트로는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안전성과 편리성, 공간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포트로는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안전성과 편리성, 공간성을 확보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포트로의 또 다른 특징은 부품이 83% 이상이 국산품이라는 점이다. 송 대표는 “그동안 다른 초소형 전기차를 보면 중국산 부품을 사와서 배터리만 교체하고 국내에서 조립한 뒤 국산 차량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다보니 중국 시장 상황에 따라 불안정성이 높고 A/S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송 대표는 “현재 차량 샷시 부문은 개발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외국산 범용화 물품을 사고 있지만 샷시 개발이 끝나는 대로 국산화할 계획”이라며, “그럴 경우 차량의 국산화율은 95%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점은 포트로는 국내에서는 최초로 국내 기업이 자체 개발한 초소형 전기화물차라는 것이다. 디피코는 오랜시간 엔지니어링 업무를 해왔지만 그동안 제조업 분야를 육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2015년 북경의 자동차 업체와 계약을 맺고 미국에 수출할 차량을 개발해 2016년 론칭했다. 하지만 그해 사드 배치 사태가 터지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회사가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이에 송 대표는 자동차를 직접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내 자동차의 틈새시장을 물색했다. 하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 외에는 비집고 들어갈만한 시장을 찾기 어려웠고 결국 전동형 스쿠터을 시작으로 전기차량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르노삼성이 트위지를 출시하면서 초소형 차량과 관련해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자, 송 대표는 초소형 전기차 개발로 눈을 돌렸다.

송 대표는 “현재 디피코는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 개발도 끝마친 상태이며, 보조금 지원이 되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인 출시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가 패드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시스템을 올해 하반기까지 적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운 상태다.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화물차 '포트로'의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디피코의 초소형 전기화물차 '포트로'의 모습 [사진=인더스트리뉴스]

경차와 특장화 등으로 시장 다각화 추진… 신뢰와 창조력 갖춘 전기차 제조업체로

디피코의 포트로는 벌써부터 강원도는 물론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등 각지의 많은 업체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미 사전 계약을 맞췄으며, 일부 마트 매장에 차량을 활용하는 내용도 논의 중에 있다.

송 대표는 올해 포트로의 성공적인 양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경형화물차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송 대표는 “현재 정부 보조금 지원의 차이 때문에 500kg 미만의 초소형화물차의 가격이 500kg이 넘는 경형화물차보다 비싼 상황”이라며, “소비자 부담금 경감을 위해서라도 조기에 경차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보조금 지원액에 따르면 초소형화물차의 환경부보조금은 512만원, 경형화물차의 보조금은 1,100만원이다. 결국 초소형화물차가 경형화물차보다 소비자구매가격이 200만원 정도 비싼 결과가 나오는 셈.

포트로의 차체 프레임의 모습. 송신근 대표는 앞으로 차량 공용프레임 표준화를 진행해 특장화 사업까지 외연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포트로의 차체 프레임의 모습. 송신근 대표는 앞으로 차량 공용프레임 표준화를 진행해 특장화 사업까지 외연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밖에도 송 대표는 강원도의 e-모빌리티산업육성 R&D 사업을 활용해 초소형전기차의 공용플랫폼을 표준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이 이뤄질 경우 전기차의 공용프레임을 별도로 판매하는 특장화 사업도 가능해진다. 또한, 전기차 호환 부품이나 차내 통신 네트워크 설계 등 사업의 다각화도 가능하다.

송 대표는 “앞으로 소량 다품종 자동차 시대에 발맞추려면 프레임을 공급해서 특장차량을 만들 수 있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사업이 안정화되면, 산업용 로봇을 더 도입하고 라인도 증설하는 한편, 상생형 일자리에 동참하고 있는 8개 업체들과 협업해 생산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Z 이야기 한 토막>

추진력과 앞서가는 안목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장인

디피코 송신근 대표
디피코 송신근 대표

송신근 대표는 부산기계공고 출신으로 전국기능경기대회 판금부문을 석권했으며,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동메달을 얻기도 했다. 또한 기능한국인과 대한민국명장에도 올랐으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기술인 명예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기아자동차에 입사해 20년간 판금 장인으로 지내왔던 송 대표는 스스로를 ‘쟁이’라고 표현하면서 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공부하는데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직원들에게 똑같은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어떤 관점을 접근해야 하느냐를 늘 강조한다. “말이 나온 뒤에 해결하면 불만 해소다. 그런데 미리 알아서 처리하면 그것이 복지”라는 것이다. 이는 기아자동차에서 노사문제를 직접 겪으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였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면 직원들이든지 고객이든지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는 것. 미리미리 문제를 파악해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경쟁이 심한 이 시장에서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이런 안목이 지금 디피코가 어려움을 이겨내는 길이 돼주었다. 송 대표는 “정부가 하는 상생형 일자리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준공식을 했을 때 어려움이 많았다. 이름 없는 중소기업이 차를 만든다고 하니 누가 믿어주겠나. 처음에는 협력업체도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당시의 어려움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직원들과 함께 무조건 차 완성품을 내놓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해 밤을 새어가면서 21개월만에 시작차를 만들었고 그제야 주변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도 이런 송 대표의 추진력과 긍정성을 믿고 따르고 있었다. 앞으로도 디피코가 더 많은 직원들과 함께 한국 전기차의 미래를 바꾸는 꿈을 계속 이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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