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소프트웨어 정의 제조(SDM, Software Defined Manufacturing)가 빠르게 산업계를 재편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제조 혁신을 넘어, 이제는 ‘사람-데이터-기술’이 통합되는 자율제조 체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두 축이 바로 AI와 디지털트윈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한 자동화가 아닌 ‘자율공장 완성도’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SDM 완성을 위한 AI·디지털 트윈 전략, 그 실현 구조, 그리고 조직과 공급망 전반에 미치는 혁신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데이터 중심의 제조 혁신을 넘어, 이제는 ‘사람-데이터-기술’이 통합되는 자율제조 체계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두 축이 바로 AI와 디지털트윈”이라고 설명했다. [사진=gettyimage]

AI 기반 의사결정과 디지털트윈 공장의 실제 구조

AI와 디지털트윈의 융합 구조를 이해하려면 먼저 데이터 수집·저장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의 자동화 공정에서는 다양한 센서(온도·진동·전류·위치 등)를 통해 4M2E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측정 데이터는 AAS(IEC 63278) 데이터 모델을 기반으로 표준화돼 클라우드 빅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다. 이 데이터는 디지털트윈(DigitalTwin)을 구성하는 △데이터 레이어 △연결 레이어 △모델 레이어 등 세 가지 핵심 구성요소에 활용된다. 핵심 구성요소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먼저 ‘데이터 레이어’는 실측 데이터가 AAS 포맷으로 저장돼 디지털트윈의 사실성 확보에 기여한다. 다음으로 ‘연결 레이어’는 OPC UA, MQTT 등 프로토콜로 실시간 연동돼 설비·공정의 상태를 동기화한다. 마지막으로 모델 레이어는 시뮬레이션 모델, AI 알고리즘, 제어 모델이 상호 연동돼 예측과 최적화를 수행한다.

이 구조에서 AI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패턴 인식과 이상 감지 역할로 정상·비정상 조건을 구분하는 머신러닝 기반 모델로 고장 징후 자동 감지한다. 둘째 최적 조건 탐색 역할로 품질·에너지·생산성 등 복합 목표에 대한 다변수 최적화를 실행한다. 셋째 예측 시뮬레이션 자동화 역할로 디지털트윈 모델에 조건을 입력하고, 시뮬레이션 결과로 최적 솔루션 제시한다.

즉, 디지털트윈이 현실 공장의 거울이라면, AI는 그 거울을 ‘스스로 분석하고 미래를 상상하는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사람이 수행하던 데이터 모니터링, 분석, 판단 작업은 점차 AI가 대체한다. 사람은 ‘결정자’가 아니라 ‘검증자’ 혹은 ‘조치자’로 역할이 전환된다.

실제 구현 예시는 다음과 같다. 순서대로 ①자동화 설비의 센서 데이터를 AAS 포맷으로 수집하고, 클라우드에 실시간 저장하고, ②OPC UA 통신으로 디지털트윈 모델과 연동해 상태 실시간 시각화한다. 다음으로 ③AI는 이를 바탕으로 이상 감지 및 시뮬레이션 반복을 수행하고, ④최적의 공정 조건을 추천하고, 운영자에게 알린다. 그러면 ⑤운영자는 이를 수용하거나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향후 SDA(SW 정의 자동화), SDR(로봇), SDS(서비스)로까지 확장돼 진정한 SDM 생태계로 나아가는 기반이 된다.

AI와 디지털트윈의 통합 운영 사례

디지털트윈은 AI가 실시간 데이터를 해석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시각화된 뇌’와 같다. 실제 현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통합 사례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먼저 유지보수 자율화다. POSCO는 제철 설비의 디지털트윈을 통해 AI가 설비의 이상 징후를 조기 탐지하고, 유지보수 시기와 내용을 자동 도출한다. 이를 통해 설비 고장률을 30% 이상 감소시키고, 공정 중단없는 연속 가동을 가능하게 했다. GE Aviation은 항공기 엔진 제조 과정에서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모든 부품의 설계, 조립, 테스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AI가 분석한다. 센서 기반 운영 데이터를 토대로 고온·고압 환경에서 부품 수명을 예측하고, 유지보수 시점과 내용을 자동 제안한다. 이를 통해 비행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수리비용을 25% 절감했다.

공정 최적화 사례도 있다. Shell의 네덜란드 페르니스 정유공장에서는 디지털트윈으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고, AI가 수만 가지 운전 조건을 자동 조합해 최적 조건을 산출한다. 이를 통해 생산성을 10% 이상 향상시키고, 에너지 효율도 8% 개선했다. 특히 정기점검 없이도 이상 조건을 AI가 사전에 감지해 셧다운 없이 설비를 운영할 수 있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글로벌 선두 제조 기업들은 AI와 디지털트윈을 단순 도입이 아니라 전사적 확산 전략으로 통합하고 있다”며, “핵심은 ‘센서 → 데이터 → 디지털트윈 → AI → 실행’까지 연결되는 자율화 체계이며, 이는 SDM 완성도를 높이는 실질적 경로”라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독일의 BMW 공장은 자동차 생산 전과정을 디지털트윈으로 구현했다. 조립라인 전체가 디지털트윈으로 시뮬레이션 되고, AI가 작업자 동선과 로봇 움직임을 최적화해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로봇의 경로 충돌을 사전 시뮬레이션으로 조정하고, 공정 변경 시 AI가 스스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학습하는 구조다.

품질 예측 케이스도 많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에서는 AI가 수십만 건의 품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정 조건별 불량률 영향을 시각화한다. AI가 도출한 변수 영향도를 기반으로 품질 이상 징후를 조기 탐지하며, 공정 조건을 사전에 조정해 수율을 향상시켰다.

이처럼 글로벌 선두 제조 기업들은 AI와 디지털트윈을 단순 도입이 아니라 전사적 확산 전략으로 통합하고 있다. 핵심은 ‘센서 → 데이터 → 디지털트윈 → AI → 실행’까지 연결되는 자율화 체계이며, 이는 SDM 완성도를 높이는 실질적 경로다.

SDA+디지털트윈 = 자율공장 완성도 향상 전략

AI와 디지털트윈이 결합되면 SDA(Software Defined Automation)의 진화는 가속화된다. 기존 자동화는 사전에 정의된 고정된 룰(rule)에 따라 작동했지만, SDA는 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스스로 학습·진화하는 자동화 체계다. 디지털트윈과 AI가 결합된 SDA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방향으로 공장 운영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Adaptive Factory’는 공정 조건이나 부하 변화에 따라 공장이 스스로 생산 속도나 작업 순서를 조절한다. 예를 들어 특정 설비에 과부하가 걸리면 즉시 다른 설비에 작업을 분산시킨다. ‘Self-Healing System’은 설비 고장이 감지되면, 예비 라인을 자동으로 가동하거나 생산 스케줄을 자동 재편성해 다운타임 없이 가동을 지속한다. ‘Zero Defect Manufacturing’은 디지털트윈 시뮬레이션을 통해 생산 전 품질 리스크를 사전에 제거하고, AI가 실시간 조건 최적화를 수행함으로써 불량률을 최소화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산 현장의 자동화 시스템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 기존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ler),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 기반 설비는 SDA 프레임으로 전환돼야 하며, 제어 소프트웨어는 국제 표준(AAS, OPC UA 등)을 기반으로 설계·운영돼야 한다.

즉 앞으로의 공장은 하드웨어 설비만 존재하고, 운영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기반 SDA 플랫폼에서 중앙 제어될 것이다. 이 플랫폼 위에서는 모든 설비와 공정이 디지털트윈 모델로 가상 화돼 실시간으로 동기화되며, AI가 통합된 제어 소프트웨어가 실제 제어와 판단을 수행한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은 “SDA + 디지털트윈은 이제 우리를 ‘사람이 자동화를 설계하는 시대’가 아니라 ‘공장이 스스로 자동화 로직을 구성하고 진화하는 시대’로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의 도입을 넘어 제조 생태계 전체의 재구조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사진=gettyimage]

사이버 공간에서는 실제 생산정보를 받아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제어 소프트웨어를 전문가가 설계·개선하고, 이를 디지털트윈 상에서 반복 시뮬레이션한다. 이때 물리·화학적으로 실제 제품과 동일하게 생산되는 것이 검증되면, 해당 제어 소프트웨어를 현장 설비에 다운로드해 시험 운전을 진행하고, 문제가 없으면 곧바로 양산에 돌입한다. 이것이 바로 SDM 시대의 Plug & Produce 기술이다.

Plug & Produce란 기존처럼 설비 설치 후 수주 간의 설정·시운전 기간없이, 표준화된 SDA 제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제품 생산을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설비 제작사와 소프트웨어 기업 모두가 국제 표준 기반 SDA 아키텍처를 충실히 따르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요약하자면 SDA + 디지털트윈은 이제 우리를 ‘사람이 자동화를 설계하는 시대’가 아니라 ‘공장이 스스로 자동화 로직을 구성하고 진화하는 시대’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기술의 도입을 넘어 제조 생태계 전체의 재구조화를 요구한다. SDA는 SDM의 본질이자,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축이다.

‘사람-데이터-기술’의 삼각형 구조로 SDM 완성

SDM의 완성은 단순히 기술 도입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핵심은 ‘사람-데이터-기술’이 삼각형 구조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조직 전략에 있다. 이 구조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SDM은 ‘현장 단위의 스마트화’를 넘어서 ‘전사 전략’으로 작동하게 된다.

한국인더스트리4.0협회 박한구 명예회장
(전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장) [사진=인더스트리뉴스]

① 사람(People) : 데이터 기반 사고와 의사결정 역량을 갖춘 조직문화
SDM 환경에서는 일선 작업자부터 최고경영자까지 모든 인력이 데이터의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단순히 데이터를 ‘보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과 실습 중심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전사적으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정 오퍼레이터가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대신, AI 경고를 ‘이해’하고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변화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현장 리더부터 데이터 사고에 기반한 워크숍, KPI에 데이터 기반 분석 결과 반영 등 문화 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② 데이터(Data) : 국제 표준 기반의 실시간, 고정밀, 연동 가능한 데이터 구조
데이터는 SDM의 연료이다. 그러나 이 연료는 정제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 따라서 AAS(IEC 63278), OPC UA, MQTT 등 국제 표준 기반으로 데이터 구조를 통일하고, 센서→게이트웨이→클라우드→디지털트윈에 이르는 전 주기 흐름을 실시간으로 연동 가능하게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구조 전략을 펼쳐야 한다. 4M2E 데이터를 기준으로 품질·설비·에너지·안전 관련 데이터를 국제표준 포맷으로 저장해야 한다. 다음으로 데이터 흐름 전략으로 현장 센싱 → AAS 표준 정제 → 클라우드 저장 → 디지털트윈 연동 → AI 분석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③ 기술(Technology) : AI, 디지털트윈, SDA/SDR 등 통합 기술 기반 자율화 인프라
기술은 SDM을 움직이는 실행 장치다. 하지만 개별 기술의 도입만으로는 SDM이 완성되지 않는다. AI, 디지털트윈, SDA, SDR이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상호작용하며 자동화뿐 아니라 자율화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기술 통합 전략으로 디지털트윈은 SDA 기반 제어 시스템과 실시간 연동되고, AI가 판단을 내리며, SDR은 이에 따라 현장을 즉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실행 구조는 ‘사람은 목표를 설정하고, 데이터는 흐름을 만들고, 기술은 실행한다’는 원칙 아래 세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삼각 구조는 단일 공장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 구조가 SDM의 기반이 될 때, 기업은 공급망(SDSC, Software Defined Supply Chain), 서비스(SDS, Software Defined Services), 제품 개발과 전 주기 생애주기(Lifecycle)까지 자율화 체계를 확장 시킬 수 있다. 즉, SDM은 단순히 하나의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사람-데이터-기술’이 조화를 이룬 하나의 전략 체계이며, 이를 실현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글로벌 제조 경쟁에서 생존하고 도약할 수 있다.

AI와 디지털트윈은 SDM의 ‘엔진’이다

SDM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있는가?’가 아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다. AI와 디지털트윈은 SDM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엔진이자, 조직의 철학과 문화, 기술의 정제 능력을 시험하는 지표다. 앞으로 SDM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완성도의 문제가 될 것이다. 이 완성도는 조직의 철학, 공급망의 개방성, 데이터의 정제 능력, 그리고 사람의 변화가 결정지을 것이다. 2025년 8월, 한국 제조업이 ‘SDM의 완성’이라는 두 번째 산을 오르기 위한 이정표를 함께 나누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더스트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