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가운데, 중국발 대대적 관광 수요를 겨냥해 면세를 필두로 한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9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해 있다./사진=연합뉴
정부가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가운데, 중국발 대대적 관광 수요를 겨냥해 면세를 필두로 한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9일 서울 시내 한 면세점 앞에서 관광객들이 입장을 위해 대기해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정부가 오는 9월 말부터 내년 6월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키로 한 가운데, 중국발 대대적 관광 수요를 겨냥해 면세를 필두로 한 유통업계가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관광 활성화 미니정책TF’ 회의에서 2025년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약 9개월간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두고 시행되는 만큼, 중국인 방한 수요를 선점해 내수 진작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8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만큼, 이번 무비자 결정은 한중 간 상호 호혜적인 조치로 해석된다.

이같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방한을 희망하는 중국 관광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중국 대표 온라인 여행사 ‘통청여행’에 따르면 한국 정부의 무비자 발표 직후 국경절 기간 한국 단체여행 상품 검색량이 전날 대비 6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또다른 대형 여행 플랫폼 ‘취날’에서는 무비자 발표 30분 만에 서울행 항공권 검색량이 70% 급증, 최대 1.2배까지 상승했고 이 가운데 상하이~서울 노선 검색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중국 여행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나자 국내 유통·면세·호텔업계도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업계 중에서도 특히 면세업계가 이번 무비자 조치가 매출 반등의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 면세‧유통업계, 中 관광객 모시기 돌입 본격…업계 기대감↑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 방한객 수는 252만6841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상반기(280만2486명) 대비 약 90% 회복됐다.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무비자 시행은 매출 회복에 직결될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의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는 수치상으로도 잘 나타난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시장 규모는 14조2249억원으로, 2019년 24조8586억원 대비 약 10조원 감소했다.

이처럼 면세시장 규모가 반토막 난 이유는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2019~2024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시작된 한중 단체관광 제한 조치가 풀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며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이전에는 ‘다이궁(중국 보따리상)’이 한국 면세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는데,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차단되면서 이 구조가 완전히 붕괴된 영향도 컸다.

 

코로나19 이후 여객 수가 회복됐음에도 면세점 매출이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이 계약된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인천공항을 상대로 법원에 임대료 조정 신청을 냈다. 사진은 면세점 입구.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면세점 입구./사진=연합뉴스

이에 K-면세점들은 모처럼 맞닥뜨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저마다의 방법으로 중국 관광객 모시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7월 31일 중국의 우상그룹, 왕푸징그룹과의 미팅을 진행했고, 중국인을 겨냥해 명동점 11층을 K-문화 복합 쇼핑 공간으로 리뉴얼해 식품·패션·K팝 등 100여 개 브랜드를 전시 중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인 선호 브랜드 중심의 MD 강화, 맞춤형 콘텐츠 제공, 중국 여유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단체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면세점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결제등급에 따른 멤버십 혜택 제공과 함께 아쿠아리움 등 관광지 연계 상품 개발도 검토 중이다.

면세업계 외에도 마트나 호텔업계도 ‘훈풍’이 불 것을 예상하고 채비에 나선 모습이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외국인 고객 편의 강화를 위해 외화 환전기, 보조배터리 대여기, 무인 환급기, 전용 캐리어 포장대, 무료 짐 보관소 등을 운영 중이다. 또 위챗페이, 라인페이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화했다.

호텔신라는 중국인 관광객 모시기에 공을 들여 자사 글로벌 멤버십 ‘신라리워즈’의 중국 본토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콩과 대만 가입자도 각각 150% 이상 늘어나면서 고급 숙박·쇼핑 수요 확대를 예고했다

 

◆ 中 관광객 달라진 ‘소비 트렌드’는 변수

다만 면세‧유통업계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면세점 등의 매출 증가 효과가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국내 면세점 외국인 구매객은 51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반면 매출액은 6조362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오히려 14% 줄어들었다.

과거처럼 고가 명품의 대량 구매 보다는 저가 화장품 등을 사는 중국인들이 많아지며 객단가가 크게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단체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중국 단체 관광객 입국 시 5일 전까지 명단 제출 의무가 있어 실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내 여행업계에서는 출국 직전 1~2일 전까지 명단 제출 허용 및 행정 간소화가 이뤄져야 무비자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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