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내 식품·유통업계는 침체된 내수시장의 활기를 되살릴 계기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8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사진=연합뉴스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내 식품·유통업계는 침체된 내수시장의 활기를 되살릴 계기로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8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명동 거리./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소비시장에 중국인 관광객의 ‘귀환’ 조짐이 본격화하고 있다.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무비자 입국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국내 식품·유통업계는 침체된 내수시장의 활기를 되살릴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면세점과 백화점, 편의점, 외식·식음료 브랜드들은 일제히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큰손’ 소비층 유치에 나서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정책을 단기 호재로만 보지 않고, 장기적 소비 흐름 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전략을 다지고 있다.

29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제도가 이날부터 시작됨에 따라 업계 전반이 대대적인 마케팅 및 운영 전략 개편에 돌입했다.

정부는 3인 이상 단체로 오는 중국 관광객에게 15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이 조치는 내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약 100만 명 정도의 중국인 추가 방한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식품·유통·관광 등 관련업계 역시 침체된 내수 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단기 효과보다는 중장기 흐름 변화에 더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에는 예약이나 수요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어렵겠지만, 차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무비자 정책 시행 자체가 중화권 소비층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첫날인 2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면세점·백화점 등 유통업계 “중국인 큰손 고객 잡아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면세점이다. 무비자 입국 첫날 인천항에는 중국발 크루즈선이 입항하며 수천 명의 관광객이 국내 주요 면세점을 찾았다.

신라면세점은 꽃다발 환영 행사와 함께 화장품 최대 60% 할인 행사를 준비했고, 롯데면세점은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중국 간편결제 프로모션을 강화하며 명동 본점 방문객 맞이에 나섰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위챗페이 고객 대상 즉시 캐시백 이벤트와 기념품 증정 등 다채로운 행사를 펼치고 있다.

백화점 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중국인 고객에게 기념품과 증정품을 제공하며 유입 효과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K-뷰티와 K-푸드 체험존을 기획해 단순 쇼핑을 넘어선 ‘체험형 소비’로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편의점 GS25와 CU는 중국 관광객 맞춤형 프로모션을 펼친다. GS25는 알리페이·위챗페이 결제 고객에게 할인 및 경품을 제공하고, CU는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중국어 안내 스티커와 간식 기획전을 운영한다.

다이소 역시 명동·홍대 매장에 K뷰티·K푸드 상품 비중을 확대했다.

식품‧외식업계도 중국인 관광객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SPC삼립은 크림빵, 몽쉘 등 대표 제품을 소포장 형태로 내놓고 중국어 표기를 강화했으며, 오리온은 ‘초코파이 러브박스’를 관광객 전용 기획세트로 출시했다.

농심은 신라면 블랙과 짜파게티 세트를 면세점과 편의점에서 선보인다. 정관장은 홍삼 스틱형 제품을 중국어 패키지로 제작해 공항과 도심 면세점에 비치했다.

대형마트는 중국인의 입맛과 소비 행태를 고려한 HMR(가정간편식) 홍보를 강화한다. 이마트는 ‘한식 HMR 체험 행사’를 열어 불고기, 비빔밥 간편식을 시식할 수 있도록 했고, 롯데마트는 중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건강식품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홍삼, 비타민 세트를 특가로 내놨다.

외식 브랜드도 적극적이다. BBQ는 단체 관광객을 겨냥한 치킨·맥주 세트를 선보였고, 교촌치킨은 중국어 메뉴판을 도입하며 전담 직원 배치 확대에 나섰다. CJ푸드빌의 빕스는 한·중 퓨전 뷔페 세트를 운영하고, 스타벅스 코리아는 중국 간편결제를 전 지점으로 확대했다.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간편결제 수단 등 홍보 배너가 설치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업계는 이번 무비자 시행으로 쇼핑 소비뿐 아니라 ‘체험·브랜딩 소비’로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단순 구매 중심이 아닌 ‘현지 경험’ 요소를 더한 이벤트, 팝업 스토어, 컬쳐 콘텐츠 결합 프로모션이 경쟁 무기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는 내수 침체 국면에 놓인 식품·유통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어닥치는 분위기다.

다만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단기적인 유입 증가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소비 흐름을 만드는 전략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중론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분석, 한국 브랜드 경험 강화 등이 필요하고, 동시에 내국인 소비자와의 조화까지 고려하는 균형감 있는 정책 집행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특수 과열’ 혹은 외국인 중심 소비 쏠림, 제도 역차별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중심 프로모션이 늘면 내국인 소비자에 대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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