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첫 정상회담을 가진 가운데, 양국 정상은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며 가능하다면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언급해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세계적 이슈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언급은 피했지만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세계 지도자 가운데 전 세계 평화 문제에 트럼프 대통령님처럼 이렇게 관심을 가지고 실제 성과를 낸 것은 처음"이라며 "피스메이커로서의 역할이 정말 눈에 띄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가급적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달라"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남한 및 북한과 관련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신(이재명 대통령)은 내가 함께 일해 온 한국의 다른 지도자들보다 그것을 하려는 성향이 훨씬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이 ‘올해 아니면 내년에 그(김정은 위원장)를 볼 것이냐’고 묻자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래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그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또 “그(김 위원장)도 나를 만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와 만나기를 바라고, 우리는 관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판문점 회동을 회고하며 “그것은 좋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판문점 건물 안에서 북한군의 총구가 자신을 향해 겨눠져 있던 것을 거론하며 “나는 김정은과 훌륭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꼈다”며 “나는 그것이 그렇게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을 여동생(김여정 부부장)을 제외한 누구보다도 잘 안다”며 북미 정상 간의 과거 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문재인 정부 시절 열린 평창올림픽과 관련해 “당시 한국은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고, 북한과 매우 적대적인 관계였다. 아무도 개막식에서 폭파 당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표를 팔지 못하고 있었다”며 “나는 김정은과 관계를 형성해가던 단계였고, 어느 날 그의 전화를 받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올림픽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직후 표가 팔리기 시작했고, 엄청난 성공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입구에서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을 입구에서 맞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트럼프 “MASGA 프로젝트, 시간 걸리지만 美 조선업 부흥시킬 것”

양국 정상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 협력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소, 선박 건조에 대해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미국은 조선업이 상당히 폐쇄됐기에 한국에서 구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며 “미국의 조선업을 한국과 협력해 부흥시키는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명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와 관련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미국 조선업을 매우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군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과학기술 분야까지 확장해 미래형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필요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미국은 알래스카에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다. 한국과 같이 협업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한국에 4만명이 넘는(실제로는 약 2만8500명)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방위비 분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부지를) 우리에게 준 것이 아니라 빌려줬다. 양도와 임대는 완전히 다르다”며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는 어쩌면 한국에 우리가 큰 기지를 가진 땅의 소유권을 우리에게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기지 건설에 많은 돈을 썼고, 한국도 기여했지만 거대한 군사기지 부지의 임대차 계약을 없애고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양국 정상, 한미일 협력과 대중국 외교 주요 의제로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관계도 언급하며 “일본이 소중한 우방이라고 생각하지만,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로 한국과 일본의 화해가 쉽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미일 협력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고, 한미관계 발전을 위해 한일관계도 어느 정도 수습돼야 한다”며 “제가 미리 일본과 만나 장애요소를 많이 정리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적극 바라고 있다. 대북 정책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만났을 때, 여러 장애요소가 제거됐다고 생각한다”며 “한일관계의 앞날이 밝다고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관련, “시진핑 주석과 최근 대화를 가졌다. 올해나 조만간 방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같이 가겠느냐. 전용기에 함께 타면 연료도 절감되고 오존층도 보호할 수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이 대통령은 “같이 가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 2000년간 중국과 51차례 전쟁을 했다고 시진핑 주석이 내게 이야기했다”며 “당시 한국은 남과 북이 아닌 하나의 한국이었다”고 지나간 역사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10월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정상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자고 제안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APEC정상회의 참석 의지가 자연스레 확인된 셈이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약 2시간 20분간 이어졌다.

이날 오후 12시 32분쯤 백악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12시 42분부터 오후 1시 36분까지 백악관 오벌오피스(집무실)에서 약 54분간 언론에 공개된 상태로 회담했다.

이어 비공개로 전환, 캐비닛룸에서 확대 회담을 가진 뒤 업무오찬까지 이어지면서 오후 3시 1분까지 총 2시간 20분가량 회담이 진행됐다.

앞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업무오찬까지 합친 양 정상의 회담이 총 2시간가량 열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20분가량 길었던 셈이다.

3시 14분쯤부터 배석자들이 차례대로 퇴장했고, 이 대통령은 3시 18분쯤 백악관을 나섰다. 도착했을 때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배웅하지는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미국 주요 언론은 이번 회담에 대해 “우려됐던 긴장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국의 정치 상황을 비판해 긴장이 예상됐으나, 실제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안보, 조선업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의지를 보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당신과 100% 함께한다’고 밝힌 것은 앞서 한국의 정치적 안정성을 문제 삼던 발언과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전 한국의 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이라 언급하며 긴장이 우려됐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이를 ‘오해’라고 정리했다”며 “두 정상은 피살 위협에서 살아남은 공통 경험을 비롯해 첫 만남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진행한 포고문 서명식에서 이 대통령에 대해 "그(이 대통령)는 매우 좋은 남자이며, 매우 좋은 한국 대표다"라고 칭찬해 이목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해 "위대한 지도자이며, 완전한 미국 지원 받을 것"이라고 언급,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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