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재생에너지 변동성을 보완하고, 분산형 전력망을 뒷받침할 차세대 전력 인프라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제주도 장주기 BESS 시범사업,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 ESS 중앙계약시장 경쟁입찰 등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본지가 지난 8월 5일부터 8월 15일까지 약 열흘간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BESS 2025 시장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 업계는 성장 잠재력에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화재 안전성·배터리 수명·가격 경쟁력 확보 없이는 시장 도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국내 BESS 산업은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계통 안정화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며, “BESS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술 혁신, 민간 투자 유도, 그리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가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높아진 LFP 수요, 원인은 안전성?
연이은 화재사고와 정부의 지원 정책이 종료되며, 성장 동력을 잃은 BESS는 시장의 외면을 받는 산업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 및 지난 몇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다시금 BESS가 주목받고 있다.
<BESS를 도입한다면, 그 이유는?(중복 선택 가능)>이라는 질문에 ‘재생에너지 연계(55.1%)’와 ‘전기요금 절감(45.9%)’이 가장 높은 응답을 차지했다. 변동성 높은 재생에너지 전원의 계통 안정화와 전기요금 피크 저감을 통한 비용 절감이 도입의 현실적 동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비상전원 확보(28%)’, ‘ESG·탄소중립 대응(25%)’도 주요 요인으로 꼽히며, BESS가 단순한 에너지저장 설비를 넘어 친환경·ESG 경영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BESS 도입 시 고려 요소로는 ‘시스템 가격(32.7%)’이 최우선이라고 응답하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어 ‘에너지 효율성(19.4%)’, ‘안전성(18.5%)’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들은 배터리 화재·발화 이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이중 과제를 지적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61.2%)’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는 BESS 산업이 단순히 설치 확대가 아니라, 장기 신뢰성과 안전성 확보가 성패를 좌우할 것임을 보여준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국내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ESS가 설치된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했기에 앞으로 건설될 ESS에도 안전성이 최우선”이라며, “사업성 모델의 부족과 태양광/ESS/전기차충전소가 하나의 솔루션으로 갈 수 있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터리 선호도 조사에서는 ‘리튬인산철배터리(LFP, 41.8%)’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LFP는 발화 위험이 낮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 안전성을 중시하는 ESS에 적합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리튬이온배터리(NCM, 36.7%)’에 대한 선호도 역시 높아 에너지 밀도가 중요한 대형 프로젝트나 제한된 공간에서의 수요를 여전히 반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플로우배터리(13.3%)’, ‘나트륨이온배터리(13.3%)’ 등이 선택되며,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이 뛰어난 LFP 도입이 시급하다. 현재 중국 업체가 독점하고 있어 불량 배터리의 A/S 및 선별에 애로사항이 커 쉽게 도입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며, “한국의 BESS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국내 LFP 제조기업의 지원과 성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장 발목 잡는 최대 걸림돌 ‘부담스러운 초기 투자비’
BESS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피부로 체감될 정도다. 하지만 관심만 높아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BESS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초기 투자비 부담(43.9%)’을 꼽았다. 뒤이어 ‘수익모델 불명확(18.4%)’, ‘기술적 이해 부족(16.6%)’, ‘운영 인력 부족(12%)’ 등이 지적됐다. 이는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 수익구조 명확화, 인력 양성 등이 병행돼야 함을 시사한다.
높아진 관심만큼, BESS에 대한 시장전망은 ‘긍정적’이었다.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의 성장 전망에 대해 ‘긍정적(48.0%)’, ‘매우 긍정적(30.6%)’이라며, 약 80%에 가까운 응답자가 정부 정책, 기술 발전, 재생에너지 확대가 맞물리며 국내 BESS 시장이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조사에 참여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 안정성과 경제성을 높여야 전력시장에 투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 전력망과 연계된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별 맞춤형 BESS 활용 사례를 발굴해 시장 확장에 기여해야 한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스마트그리드 구축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BESS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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