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카드채 발행 규모가 한 달 새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레고랜드 사태’ 당시 높은 금리로 발행했던 카드채의 만기가 돌아오자, 카드사들이 더 낮은 금리로 새 채권을 발행하며 자금 재조달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통해 자금 흐름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자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KB국민·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 등 주요 8개 카드사가 지난 10월 한 달간 발행한 카드채 규모는 총 3조2000억원으로, 전월(1조4300억원)보다 123.8% 급증했다. 9월 카드채 발행 규모가 8월(2조3100억원) 대비 40%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반등이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예·적금으로 자금을 직접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카드론 등 대출 상품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한다.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빌려 대출을 내주고, 이자 차익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이번 카드채 발행 급증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고금리로 발행된 채권의 만기가 도래한 영향이 크다. 당시 강원도가 보증한 2050억원 규모의 레고랜드 프로젝트 채권이 만기 상환에 실패하면서, 지자체 보증 채권조차 부도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여전채(여신전문금융채권)에 대한 시장 신뢰가 급격히 흔들렸고, 카드채 금리도 급등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2022년 10월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연 6%를 웃돌았다. 당시 발행된 채권의 만기가 지난달 도래하면서, 카드사들은 현재의 낮은 금리 환경을 활용해 다시 채권을 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기준금리 인하와 안정된 채권 시장 분위기로 카드사의 이자 부담이 완화된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인하한 뒤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연 2.99%로, 올해 초(3.08%)나 지난해 4%대보다 낮아졌다.
이 같은 금리 하락 속에 카드사들이 기존 고금리 채권을 저금리로 대체하면서 자금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한편, 카드론 공급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NH농협카드를 포함한 9개 카드사의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8375억 원으로, 전월(42조4483억원)보다 6108억원(1.4%) 줄었다.
업계는 다만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카드채 발행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카드론이 신용대출에 포함되면서, 금액에 상관없이 신규 대출 시 스트레스 금리(1.5%)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카드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대출로 운용하기 어려워 수익성 확보에 제약을 받고 있다. 카드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카드론 부문마저 위축되며 업계의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고금리 채권 만기가 도래하면서 이자 부담이 다소 완화됐다”며 “다만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운용이 제한돼 카드채 발행 규모는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