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잇따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철수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뱅)과의 경쟁에서 수수료, 속도, 편의성 등 전반적인 서비스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카드사와 핀테크·은행 간 법적 규제의 불균형이 겹치며, 카드업계의 좌절과 상실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KB Pay 해외송금 서비스’를 오는 10월 1일부로 종료한다. 이 서비스는 지난 2023년 3월부터 국내 거주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독일, 스페인 등 14개국을 대상으로 운영돼 왔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해외송금 서비스의 이용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중단 이후에도 고객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줄줄이 접는 카드사…이제 남은 곳은 ‘신한카드’뿐
KB국민카드의 이번 결정으로, 현재 전업 카드사 중 해외송금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신한카드만 유일하게 남게 됐다. 앞서 2020년 현대카드를 시작으로, 2023년에는 롯데카드, 2024년 초에는 우리카드가 잇따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올해 초 서비스를 개시한 후 업계 분위기와는 달리 장기적 시각에서 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시장 반응을 좀 더 지켜볼 예정”이라며 “타 카드사들은 각각의 경영상 판단에 따라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인뱅과 격차에 무너진 카드사…수수료·속도 모두 밀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철수가 결국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린 결과로 보고 있다. 고객 편의성과 비용 측면에서 카드사들의 경쟁력이 인터넷은행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해외 송금 시 은행망을 활용해 송금을 처리하면서 비교적 높은 수수료 구조를 유지해 왔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글로벌 송금 결제 네트워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1분 송금’이라는 초고속 서비스를 구현했으며, 케이뱅크도 머니그램과 손잡고 ‘10분 이내 송금’을 가능케 한 바 있다.
이처럼 압도적인 서비스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는 자연스럽게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한 인뱅 관계자는 “해외송금은 계좌 개설, 대출 등 다른 금융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어 충성 고객 확보에 매우 유리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규제 차이가 경쟁력 차이로…“서비스 시도 조차 못 해”
카드사들이 불리한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된 배경으로는 핀테크사 및 인뱅과의 규제 차이도 지적된다. 카드사 등 금융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반면, 핀테크 기업에는 전자금융업법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서비스 기획·출시가 자유로운 편이다.
이로 인해 카드사들은 새로운 해외송금 모델을 도입하거나,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기획하더라도 법적 제약으로 인해 시도 조차 어려운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인뱅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 환경이 달라 경쟁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