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주엽 기자] 원·달러 환율이 열흘 연속 145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에도 내국인의 해외투자 증가, 대미 투자 확대, 엔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당분간 1450원선을 중심으로 등락하며 내년에도 1400원대 고착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2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457.0원) 대비 1.9원 오른 1458.9원에 거래되고 있다. 1450원대를 웃돈 것은 지난 7일 이후 열흘째다.
최근 환율은 1450원선을 중심으로 강한 변동성을 보이며 좀처럼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코스피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영향으로 한때 1474.9원까지 급등했으나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약 20원 내리며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장과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국민연금·수출기업 등 주요 수급 주체들과 협력해 환율 안정을 위한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통상 협상과 관련한 백악관 팩트시트도 환율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팩트시트에서 “양국 간 합의 이행이 시장 불안정을 초래해서는 안 되며 한국이 연간 200억달러 이상을 조달하도록 요구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서학개미의 지속적인 해외투자 수요와 미국 연준(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프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12월 금리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혀 금리 동결 기대감을 높였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12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일주일 만에 33%대에서 54%대로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이 1450원대를 중심으로 넓은 폭의 등락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시장 이탈, 내국인 해외투자, 엔화 약세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외환당국의 안정화 조치와 국민연금의 환헤지 강화는 상단을 제한하는 요소로 꼽힌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올해 연간 평균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1400원대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환율은 1415.28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394.97원)을 넘어섰다.
한·미 금리의 역전 지속과 해외투자 증가도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올해 1~9월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액은 998억5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827억7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국내 유입보다 해외로 나가는 달러가 많았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내년에도 환율이 1300원대 초반으로 내려가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온다.
DS투자증권은 내년 환율 평균으로 1406원을 제시하며 “저성장, 재정지출 확대, 잠재성장률 하락, 해외자산 투자 확대 등으로 원화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