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국내 유통업계의 인사 시계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빨라졌다.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이미 정기 임원 인사를 마치며 변화를 택한 가운데, ‘유통 빅3’ 중 유일하게 인사를 남겨둔 롯데그룹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칼바람 인사’로 체질개선에 나섰던 롯데가 이번에는 ‘안정 속 변화’를 택할지, 다시금 ‘성과 중심 쇄신’의 칼을 빼 들지 주목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은 예년보다 약 한 달 빠른 연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 신세계 ‘세대교체’·현대백화점 ‘안정’…엇갈린 선택
올해 유통업계 인사 포문을 가장 먼저 연 신세계그룹은 ‘세대교체’와 ‘성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쇄신 인사로 주목받았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나란히 ‘신상필벌’ 원칙을 강조하며 조직 체질 개선에 속도를 냈기 때문이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백화점·패션 부문에서는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와 문성욱 시그나이트 대표가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고, 신세계디에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은 대거 교체됐다.
정용진 회장이 총괄하는 유통·이커머스 부문에서도 지마켓 신임 대표로 장승환(제임스 장)을 선임하고, SSG닷컴·신세계푸드·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도 교체하는 등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이처럼 신세계그룹은 안정보다는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업계에서는 “성과 중심 인사로 ‘젊고 역동적인 신세계’의 색깔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안정’을 택했다. 지난 10월 30일 실시한 정기 인사에서 15개 계열사 중 현대리바트와 현대에버다임 2곳을 제외한 13개 계열사 대표를 모두 유임시켰다.
민왕일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이 현대리바트 대표로, 유재기 현대에버다임 전무가 이 회사 대표로 각각 내정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해 주력 계열사 경영진을 유임시켰다”며 “이번 인사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롯데, ‘성과 중심 칼바람’이냐 ‘안정 속 변화’냐 기로
이제 유통업계의 시선은 롯데그룹으로 향하고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8월 내부 임원 평가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예년보다 약 보름가량 앞당긴 이달 중순 정기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상 롯데는 11월 말~12월 초 인사를 발표해왔다.
유통업계는 롯데가 지난해 ‘칼바람’ 인사를 단행한 만큼 올해는 ‘안정 속 쇄신’ 기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7월 하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성과 중심 인사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강조한 만큼, 일부에서는 “예상을 뒤엎은 강도 높은 쇄신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롯데는 전체 계열사 CEO의 36%에 해당하는 21명을 교체하는 초대형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올해 역시 주요 계열사 수장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조만간 발표될 2026년 정기 인사에서 주목할 곳은 유통군으로,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등 ‘롯데 유통 3인방’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꼽힌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상현 부회장과 정준호 대표는 유임 가능성과 교체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된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매출 6조8065억원, 영업이익 1889억원을 기록해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 이상 늘렸다. 다만 정 대표가 주도한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프로젝트의 성과가 그룹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 2024년 10월 “2030년까지 총 7조원을 투자해 미래 성장 동력인 쇼핑몰(타임빌라스)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제타마트’ 사업과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의 협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아울러 실적이 부진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9.6% 급감하는 등 부담 요인이 있다. 반대로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는 부실 사업 정리와 체질개선을 통해 2분기 면세점 빅4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 유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다.
한편 오너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의 그룹 내 역할 확대 여부도 관심사다.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후 5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 부사장은 현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일본 롯데스트래티지인베스트먼트(LSI) 대표이사 등 핵심 요직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현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글로벌 행보도 강화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지난해처럼 임원들의 전면 교체는 부담이 크겠지만, 수익성이 부진한 일부 계열사에서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인사 기조가 엇갈린 만큼, 롯데의 선택이 내년 유통업계 흐름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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