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사업, 자칫 무역발전 발목 잡을 수도"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9.11.20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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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이 재생에너지를 무기로 무역규제 할수도..."REC 시장안정화와 정부정책 시급해"

[인더스트리뉴스 김관모 기자] 최근 국제적인 환경단체나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전환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어, 자칫 중진국이나 후진국의 무역을 규제하는 요소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까지 재생에너지 사업이 미진한 한국 제조업에게 큰 타격이 예상되고 있어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시, 민주평화당) 주재로 11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 전문가 및 관련 인사들은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무역규제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11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간담회'의 모습 [사진=조배숙 의원 SNS]
11월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정책간담회'의 모습 [사진=조배숙 의원 SNS]

“재생에너지가 무역규제의 수단으로 변질”

이날 발제를 맡은 신재생에너지협회 홍권표 부회장은 세계적인 민간활동인 RE100 캠페인이 무역규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이 RE100을 최선으로 착각해 모든 국가나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것.

RE100캠페인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들의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100% 공급하자는 민간차원에서의 활동을 뜻한다. 이 활동은 비영리 환경단체인 클리이밋그룹과 탄소정보 공개 프로젝트(CDP)가 연합해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애플이나 구글, GM 등 굴지의 기업 등 211개소가 이 캠페인에 가입해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아직까지 가입한 곳이 없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들은 해외사업장에서 한해서 'RE100'을 선언한 상태다.

홍 부회장은 "재생에너지는 CO₂ 감축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데도 무리하게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고 있으며, 글로벌 CO₂ 감축협정인 파리협정의 취지까지 훼손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의 제조강국 정책추진에게 필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재생에너지총회(IREC)에서 ‘WTO 등 다자협정에 재생에너지 협정화를 하자’는 주장이 큰 문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회장은 “현재 재생에너지 전문가들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요구하고 있는데 핵융합발전사업처럼 다른 CO₂ 감축 수단을 도외시한 채 달성불가능한 목표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영국 등 유럽이 주도하고 있어서 선진국들이 글로벌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낮은 인식으로 갈등만… 정부정책도 난항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추세를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 홍 부회장은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여러 장애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홍 부회장은 재생에너지 사업을 두고 기존 에너지사업자나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퇴출대상 에너지원의 경우 해당 업체들의 반대가 심하며, 풍력이나 태양광발전 사업들도 해당 부지 주민들의 반대가 크다는 것. 또한, 과도한 규제와 민원으로 정상적인 사업추진조차 곤란한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홍 부회장은 재생에너지 보급확대 정책이 도리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국내 재생에너지 비중이 3%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가 공급과잉돼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아울러 일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및 지역사회들이 에너지 가치를 도외시하거나 무관심하다는 점도 들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캠페인 RE100이 오히려 무역을 규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미흡한 한국 정부나 기업들로서는 초긴장에 들어간 상태다. [사진=현대상선]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 RE100이 오히려 무역을 규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미흡한 한국 정부나 기업들로서는 초긴장에 들어간 상태다. [자료사진=현대상선]

REC 시장안정화 필요… 소규모 시장도 육성해야

따라서 홍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하고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무역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REC 시장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부합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화비율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오프쇼어링(off-shoring, 값싼 인건비와 새로운 시장을 찾아 해외로 진출하는 것)과 리쇼어링(reshoring, 세제 혜택을 주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재생에너지 기업 투자유치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카본프리(carbon-free) 에너지인증제를 도입해 단기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무역규제나 탄소세규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전했다.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을 육성하는 일도 언급됐다. 홍 부사장은 국내의 1MW 이하 태양광 사업자가 전체 태양광 사업자 중 8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이런 현상의 이유는 행정절차 수행능력이 부족하고 REC 안정적 판매를 위한 채널도 부재하기 때문”이라며 “소규모중개사업활성화법상의 중개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후 열린 패널토론에서는 정부부처 관계자와 전문가, 관련업체 관계자가 참여해 논의를 이어갔다. 이번 토론회에는 이용필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담당과장과 전영환 홍익대 교수,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 권오현 해줌 대표가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조배숙 의원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한국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현주소를 냉정히 진단하고 다양한 대책이 도출되기를 바란다"며 "국회에서도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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