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2025년 상반기,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판도 변화가 주목된다.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하락세에 있던 파나소닉의 반전이 그 변화를 이끌었다.

2025년 1~6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0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성장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북미 중심의 공급망 강화 전략을 이어온 파나소닉은 18.8GWh의 사용량을 기록하며 지난달(1~5월 누적) 6위에서 상반기(1~6월 누적) 4위로 두 계단 상승했고, 140% 이상 고성장세를 구가하던 BYD는 6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의 구조 변화와 각 지역별 수요 양상의 차이, 그리고 이에 따른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의 전략 대응이 본격적인 격차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내 K-배터리 3사는 주춤하는 성장률을 보이며 공통된 어려움을 겪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대비 23.8% 증가했지만, K-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은 37.5%로 8.1% 하락, 성장 속도는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SK온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삼성SDI는 두 자릿수 감소폭을 기록했고, LG에너지솔루션 또한 테슬라향 공급 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각 사의 전략적 대응 능력 차이와 주요 고객사의 판매 흐름, 지역별 수요 편차가 실적 격차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 6월~2025년 6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톱5 기업’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SNE리서치, 인더스트리뉴스 재가공]

북미 시장은 IRA 세액공제 축소 가능성과 전기차 의무화 정책 철회 움직임 등으로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전기 픽업트럭 수요가 주춤하고 PHEV 및 중소형 SUV로 수요가 이동하는 양상이 뚜렷하다.

유럽은 CO2 규제 하에 여전히 BEV 중심 전략이 유효하지만 수익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진행 중이다. 반면, 동남아와 인도는 저가형 전기차와 LFP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처럼 각 지역별 전기차 시장의 양극화는 K-배터리 기업들에 보다 정교한 시장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북미 공장 가동률 상승과 IRA 보조금 수혜를 발판 삼아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점유율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던 삼성SDI는 중저가 전환기를 맞아 수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점유율과 실적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하반기에는 각 사의 제품 다변화와 지역 특화 전략이 실적 격차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시장 제외 2025년 상반기(1~6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 [자료=SNE리서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변화 영향 커… 대응 전략 필요 시점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6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09.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3.8% 성장했다.

2025년 1~6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8.1%p 하락한 37.5%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2.2%(43.0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10.6%(19.6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7.8%(16.0GWh)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판매에 따른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등의 순으로 공급 비중이 높았다. BMW는 i4, i5, i7, iX 등 주요 전동화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 중 베스트셀러인 i4의 판매 둔화로 BMW향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고션(Gotion)의 LFP배터리를 적용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이 새롭게 출시되며 삼성SDI의 공급 비중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아우디는 PPE 플랫폼 기반의 Q6 e-Tron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8.8%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기록했다.

SK온의 배터리는 주로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등의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이오닉5와 EV6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탑재량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폭스바겐 ID.4, ID.7의 견조한 판매량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반면,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포드 F-150 라이트닝의 판매 둔화로 포드향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 등의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의 판매량 부진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41.1% 감소했다. 반면, 기아 EV3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 확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설치 동향 [자료=SNE리서치]

파나소닉, 상반기 누적 배터리 사용량 ‘18.8GWh’ 기록… TOP5 복귀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18.8GWh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최근 강화된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규제에 대응해 북미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조달 확대 및 신규 소재 확보를 통해 배터리 생산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북미 시장 내 사용량 회복과 점유율 유지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3.2%(62.1GWh) 성장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중국 현지 OEM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OEM들 다수가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153.0%(15.7GWh) 성장률을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BEV+PHEV)를 자체 생산하는 BYD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급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확장세가 두드러지며, 올해 상반기 유럽 내 BYD 배터리 사용량은 6.0GWh로 전년 동기 대비 3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2025년 상반기 비중국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지역별 수요 구조 변화와 완성차 업계의 전동화 전략 조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북미에서는 대형 전기 픽업트럭의 판매 둔화 속에 중소형 SUV와 PHEV 수요가 다시 주목받고 있고, 유럽 역시 BEV 중심 전략에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방어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와 인도를 중심으로는 저가형 모델과 LFP 기반 배터리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고성능 중심, 플랫폼 특화형, 보급형 대응 등 고객 맞춤형 제품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 유지와 수익성 확보의 균형을 꾀하고 있다. 비중국 시장은 규제 외에도 실질 수요와 OEM 전략의 복합 변화에 따라, 지역별 차별화된 대응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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