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2025년 들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강화되는 규제 환경과 공급망 재편 압력이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2025년 1~7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4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성장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2025년 1~7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4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성장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이후 후속 규제인 FEOC(외국우려기관) 조항과 관세 이슈가 겹치며 현지 배터리 공급망 강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OBBBA(미국·북미 배터리 동맹) 등 동맹형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완성차 기업들은 현지 조달 확대와 동시에 배터리 업체들에게 보다 정교한 지역별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또한 CO2 규제를 기반으로 BEV 중심 전략을 이어가면서도 최근 수익성 방어를 위해 PHEV와 중소형 SUV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모색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인도와 동남아는 저가형 전기차와 LFP배터리 수요가 급부상하며 또 다른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이처럼 각지역별 수요 구조가 뚜렷이 달라지는 시점에서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단순한 생산 능력 이상의 전략적 대응력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2025년 1~7월 중국외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24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증가했지만 K-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37.8%로 7%p 이상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2위와 3위를 유지하며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IRA 보조금 수혜를 바탕으로 선방한 반면, 삼성SDI는 전년 대비 10% 이상 감소하며 근래 처음으로 6위로 밀려났다. 이는 BMW, 리비안 등 주요 고객사의 판매 흐름 둔화와 함께 중저가 모델 확대에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2024년 7월~2025년 7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톱5 기업’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SNE리서치, 인더스트리뉴스 재가공]
2024년 7월~2025년 7월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톱5 기업’ 시장점유율 추이 [자료=SNE리서치, 인더스트리뉴스 재가공]

반대로 BYD는 해외 시장에서도 140% 이상 고성장하며 5위를 차지, 중국 내수 기업이라는 한계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 글로벌 1위 CATL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지만 BYD의 유럽 내 성장세가 260% 이상을 기록한 점은 향후 판도 변화를 예고한다.

한·중·일 3국 간의 점유율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으며, K-배터리 기업들에게는 기술 우위를 유지하면서도 지역별 수요 맞춤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북미에서는 니켈·코발트계 고성능 배터리 중심의 현지 조달 체계를 강화해야 하고, 유럽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다양한 전동화 포트폴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다변화가 요구된다.

더 나아가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LFP 수요 확산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공급망 다변화, 정책적 충격 완화, 그리고 원자재 안정성 확보는 단순한 옵션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지금은 K-배터리가 기술과 품질을 넘어 정책 대응력과 공급망 독립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시장 제외 2025년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 [자료=SNE리서치]
중국시장 제외 2025년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순위 [자료=SNE리서치]

삼성SDI 6위로 밀려나… 전략 재정비 필요한 시점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7월 판매된 글로벌(중국 제외) 전기차(EV, PHEV, HEV) 탑재 배터리 총 사용량은 약 246.2GWh로 전년 동기 대비 24.9% 성장했다.

2025년 1~7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7.1%p 하락한 37.8%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6.2%(50.9GWh) 성장하며 2위를 유지했고 SK온은 17.3%(24.6GWh)의 성장률을 기록해 3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10.4%(17.7GWh)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글로벌 전체 기준으로는 총 배터리 사용량 약 590.7GWh로 전년 동기 대비 35.3% 성장했고, 중국 내수시장 영향력에 힘입어 1위 CATL(37.5%), 2위 BYD(17.8%) 합계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절반 이상(55.3%)을 차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점유율 9.5%를 기록하며 3위에, SK온은 4.2%로 6위에 랭크됐다.

전기차 판매에 따른 K-배터리 3사의 배터리 사용량을 살펴보면, 삼성SDI는 △BMW △아우디 △리비안 순으로 공급 비중이 높았다. BMW는 i4, i5, i7, iX 등 주요 전동화 모델에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으나 이 모델들의 판매 둔화로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비안은 R1S, R1T가 미국에서 안정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 Gotion의 LFP배터리를 적용한 스탠다드 레인지 트림이 새롭게 출시되며 삼성SDI의 탑재 비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아우디는 PPE 플랫폼 기반의 Q6 e-Tron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1%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기록했다.

SK온의 배터리는 주로 △현대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폭스바겐 등의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이오닉5와 EV6의 페이스리프트 이후 판매량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였고, 폭스바겐 ID.4, ID.7의 견조한 판매량도 SK온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에 긍정적으로 기여했다. 포드의 경우, F-150 라이트닝의 판매가 둔화됐으나 Explorer EV와 E-Transit, PUMA EV가 상승세를 보이며 12.9% 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은 주로 △테슬라 △쉐보레 △기아 △폭스바겐 등의 주요 완성차에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의 경우, 전체적인 판매 감소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트림의 판매량 부진으로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 동기 대비 37.6% 감소했다.

반면, 기아 EV3의 글로벌 판매 호조와 얼티엄 플랫폼이 적용된 쉐보레 이쿼녹스, 블레이저, 실버라도 EV의 북미 판매 확대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량 증가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평가된다.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설치 동향 [자료=SNE리서치]
중국 제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설치 동향 [자료=SNE리서치]

중국외 글로벌 시장서도 약진 이어가는 ‘BYD’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Panasonic)은 올해 배터리 사용량 21.4GWh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파나소닉은 최근 강화된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규제에 대응해 북미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줄이고 현지 조달 확대 및 신규 소재 확보를 통해 배터리 생산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향후 북미 시장 내 사용량 회복과 점유율 유지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CATL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년 동기 대비 35.1%(73.3GWh) 성장하며 1위 자리를 견고히 유지했다. 중국 현지 OEM 뿐 아니라 글로벌 주요 OEM들 다수가 CATL의 배터리를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BYD는 중국 외 시장에서도 141.7%(18.4GWh) 성장률을 기록하며 5위를 기록했다. 배터리와 함께 전기차를 자체 생산하는 BYD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차급에서 판매를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의 확장세가 두드러지며, 올해 상반기 유럽 내 BYD 배터리 사용량은 6.9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규제 강화와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미국에서 HEV 강세와 BEV 둔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관세 불확실성 축소로 수익성 전망이 개선되지만 OBBBA와 FEOC를 축으로 한 규제 정책은 여전히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의 규제 기반 수요와 중국의 가격 경쟁 압력을 동시에 고려할 때, 한국 기업의 최적 해법은 지역별로 다른 양극재의 배터리를 설계하고 북미 현지 생산과 비중국권 공급망을 확대해 정책 충격을 완화하는 능력을 높이는 데 있다”며, “결국 기술 우위에 더해 정책 대응력과 공급망 독립성을 갖춘 기업이 다음 사이클에서 앞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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