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정한교 기자] “탄소는 이제 비용이 아니라 통화다. 얼마나 줄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지난 6일 고양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열린&nbsp;‘솔라아시아·배터리아시아 쇼 2025’의 부대행사로&nbsp;‘탄소중립산업포럼(Carbon Neutral Industry Forum)’ 2일차 강연이 진행됐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br>
지난 6일 고양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에서 열린 ‘솔라아시아·배터리아시아 쇼 2025’의 부대행사로 ‘탄소중립산업포럼(Carbon Neutral Industry Forum)’ 2일차 강연이 진행됐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세계 각국의 탈탄소 전략이 재편되는 가운데, ‘기후 정책의 후퇴’보다는 ‘기후 경쟁의 심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무역 리스크가 얽힌 복합 전환기 속에서 탄소는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닌, 국가 경쟁력과 기업 생존의 통화(currency)로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일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개최된 ‘탄소중립산업포럼(Carbon Neutral Industry Forum)’ 2일차 강연에서는 이러한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의 핵심 의제들이 다뤄졌다.

이번 포럼에서는 글로벌 탈탄소 질서의 재정비 속에서 RE100과 CBAM(탄소국경조정제도), ESG 규제, 가상발전소(VPP) 등을 중심으로 구체적 대응 해법이 제시됐다. 특히, 이날 강연자들은 “정책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탄소중립으로의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았다.

기업의 수출 활로… CBAM, RE100과의 연결이 필수적

첫 번째 연자로 나선 한국RE100협의체 정택중 의장은 ‘글로벌 RE100동향 및 국내 에너지산업의 대응 전략’을 발표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로 인해 미국의 기후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미국판 CBAM’과 같은 통상형 기후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의장은 “탄소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는 시대에, 한국 기업도 RE100 달성 수준이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녹색프리미엄 중심의 이행방식에서 벗어나 PPA(전력구매계약)와 자가발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의장은 ‘RE100 산업단지 특별법’ 등 제도적 기반을 통해 재생에너지 집적화와 산업단지 단위 자립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재생에너지를 싸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한국형 RE100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nbsp;한국RE100협의체 정택중 의장,&nbsp;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서린 수석연구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박소영 수석연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사진 왼쪽부터) 한국RE100협의체 정택중 의장,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서린 수석연구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박소영 수석연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신서린 수석연구원은 ‘탄소국경조정제도와 RE100: CBAM 개정 및 국내 기업 대응 중심’을 주제로 “CBAM은 단순한 무역세가 아니라 생산공정의 탄소 효율성을 요구하는 산업규범”이라고 짚었다.

그는 “EU 집행위는 재생에너지 중 자가발전·PPA 방식만 탄소배출 제로로 인정한다. 녹색프리미엄 구매만으로는 CBAM 부담을 줄일 수 없다”며, “영국, 미국, 캐나다도 CBAM 유사 제도를 추진 중이어서 글로벌 공급망 전반이 규제권에 들어갈 것이기에 국내 기업은 RE100 이행과 탄소데이터 관리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국 탈탄소 규제 변화와 우리 기업의 대응 전략’을 소개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박소영 수석연구원은 EU의 ‘옴니버스 패키지’를 중심으로 변화된 규제 환경을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EU가 CSDDD(기업실사법), CSRD(지속가능보고지침), CBAM 등 핵심 규제의 시행을 1~2년 유예하며 중소기업 부담을 80%까지 줄였다”며, “이는 규제 완화이지만, 지속가능성 목표 자체는 유지되는 ‘현실적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행정부담이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ESG 공시와 공급망 실사가 기업평가의 표준이 될 것”이라며, “Scope 1·2·3 배출관리, PPA 기반 재생에너지 확보, 친환경 공급망 재편이 핵심 대응전략”이라고 강조했다.

‘Anti-ESG’ 흐름을 진단하는 강연도 진행됐다. 김앤장 김동수 ESG 경영연구소장은 ‘최신 ESG 규제동향과 대응’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며, “미국의 일부 주에서 ESG 투자를 제한하고 블랙록 등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현상이 있지만, ESG는 이미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으로 ESG 규제의 속도 조정은 있겠지만, EU와 IFRS의 공시 표준화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며,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관련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ESG 공시의 정확성과 데이터 검증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왼쪽부터)&nbsp;김앤장 김동수 ESG 경영연구소장,&nbsp;한국전기연구원 정구형 에너지신산업연구센터장,&nbsp;이솔루션 권진근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사진 왼쪽부터) 김앤장 김동수 ESG 경영연구소장, 한국전기연구원 정구형 에너지신산업연구센터장, 이솔루션 권진근 대표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분산에너지 성공을 위한 기술적 해법 제시

탄소중립산업포럼을 통해 정책과 제도의 축에서 ‘지속가능성의 투명성’이 강조됐다면, 뒤 이어 산업 현장에서 이를 구현할 기술적 해법이 제시됐다. RE100 실현과 탄소중립 전환을 뒷받침할 분산에너지를 실현할 구체적 에너지 관리 기술을 소개했다.

한국전기연구원 정구형 에너지신산업연구센터장은 ‘전력시장 관점에서의 VPP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VPP 기반의 분산에너지 모델 소개와 산업단지 단위의 에너지자립 구조를 제안했다.

정 센터장은 “태양광·ESS·전기차충전·DR을 통합 제어하는 VPP는 중소기업도 참여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 구현 모델”이라며, “산업단지·지자체 단위의 에너지 공유와 거래를 통해 탄소중립 실현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분산에너지 실현의 핵심 설비로 주목받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기술 변화와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강연도 진행됐다. 이솔루션 권진근 대표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의 성능 개선과 효율성 증대를 위한 기술개발 방향’을 소개했다.

ESS 기술의 발전은 안전성 확보와 효율 증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ESS 시장의 핵심 트렌드는 ‘고전압’과 ‘초고용량’이다. 글로벌 120조원대 시장을 향하는 ESS는 ‘AI 기반의 안전 및 자율운전’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대표는 “ESS 시장은 단순히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을 넘어, 안전, 효율, 지능화가 결합된 통합 솔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솔루션의 ESS 기술은 고전압·고효율 액침 냉각을 넘어 2027년경에는 ‘AI 자율운전’과 ‘AI 진단’이 결합된 5세대 BESS로 진화하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2025 탄소중립산업포럼’은 국내 유일의 재생에너지 종합 전시회 ‘솔라아시아·배터리아시아 쇼 2025’의 부대행사로, 7일에는 ‘PV월드포럼’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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