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PD “공동 연구로 차세대 태양전지 산업 선도할 것”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0.10.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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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력 확보 위한 ‘태양광 R&D 혁신전략’… 고효율, 신시장, 단가 저감 집중 투자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대 형성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동력이 됐다. 특히 태양광 시장은 2019년 기준, 글로벌 태양광 신규 설치량이 약 110~115GW에 달하며 계속되는 성장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올해 신규 설치량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나 소폭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태양광 시장의 확대로 중국,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 참여가 늘고 있으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태양광 산업은 최근 글로벌 기술 성장에 치여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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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PD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정부는 최근 ‘태양광 R&D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태양광 시장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특단의 R&D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 본지는 국내 에너지 R&D 전담기관인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명승엽 PD의 인터뷰를 통해 ‘태양광 R&D 혁신전략’의 주요 내용과 향후 국내 태양광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 발표된 ‘태양광 R&D 혁신전략’의 핵심 내용과 방향성은?

정부에서 지난 31년 간 약 1조1,000억원을 태양광 분야 R&D에 투자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표성과로는 결정질 실리콘 기술개발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전지와 모듈 제품을 개발했다. 차세대 유망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유·무기 복합 페로브스카이트 박막 태양전지의 경우에는 한국화학연구소가 2019년 8월에 25.2%라는 세계 최고 초기효율을 달성했다. 2010년대부터 시화호 실증을 통해 개발된 수상 태양광 기술은 세계 최대규모 새만금 수상 태양광 발전 추진의 기반을 마련했다.

우수한 성과에 비해 한계점과 시사점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최근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중국기업들의 공격적인 R&D 투자가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실리콘 태양전지 중심 시장구도에서는 주도권 확보의 한계가 보이므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게임체인저’로 도약할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따라서 제한된 R&D 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기업 수요, 산업 트렌드와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 투자되도록 R&D 지원방식 개편이 필요하다.

R&D 투자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소규모 분산형 R&D를 지원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향후 5년 간 태양광 R&D 예산 약 3,300억원을 고효율, 신시장, 단가 저감의 3대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자 한다. 고효율 태양전지 개발에 약 1,900억원을 투자해 2023년에 효율 26%, 2030년까지 효율 35%를 달성할 수 있는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시장과 기술을 선점할 계획이다.

더불어 신시장·신서비스 창출에 약 900억원을 투자해 도심 건물이나 수상·해상 등 입지를 다변화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디지털 기반의 태양광발전소 최적운영 및 유지보수 서비스도 개발하고자 한다. 한편, 단기적인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약 400억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모듈 제조단가를 0.17달러/Wp 이하로 낮추도록 하겠다. 지원대상 측면에서는 제조기업들의 정부 R&D 참여조건을 완화해 셀·모듈 중심의 R&D를 강화하려고 한다. 과거 R&D가 개별기업들의 각자도생 방식이었다면, 향후에는 개방형 혁신이 가능한 공동의 인프라 투자를 병행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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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전지·모듈 기업들이 제조라인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개발 중인 다양한 제품들의 양산성을 검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자료=인더스트리뉴스]

‘태양광 R&D 혁신전략’ 추진을 위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의 역할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에너지 R&D 전담기관으로서 태양광 R&D 로드맵을 수립하고 차세대 기술협의체 구성과 운영을 통해 향후 R&D 주제의 방향성을 설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태양광 R&D 혁신전략 추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과기부, 기재부, 국회에서 요청한 기획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고 심의과정을 거친다.

특히, 2020년 하반기에는 그린뉴딜 사업을 위해 3차 추경을 위해 3개 태양광 신규사업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 기반구축 △디지털 기반 태양광 O&M △태양광 랜드마크 아파트 실증 예산을 확보했다. 예산이 확보되면 주제별로 기업수요, 산업트렌드, 수요조사서 등을 바탕으로 신규 과제들을 상세 기획하고 공고한다. 태양광 R&D 전주기 관리를 위해 공고된 과제들의 선정평가, 진도관리, 최종평가 등의 역할도 수행한다.

국내 태양광 산업의 기술력 확보와 현장 수요 충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점차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기존 R&D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차세대 원천기술 개발이 부족한 LONGi Solar, Trina Solar 등의 중국 선도기업들은 이미 독일 프라운호퍼·ISFH, 스위스 로잔공대, 벨기에 IMEC 등과 공동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올 여름에는 중국의 LONGi Solar, Jinko Solar, JA Solar 등 7개 기업이 M10 대면적 웨이퍼 사이즈를 182×182mm로 새로운 국제 표준을 추진하기 위한 연합을 발표했고, 중국의 Trina Solar는 600W+ 고출력 모듈의 활성화를 위해 글로벌 39개 기업으로 구성된 개방형 혁신 생태계 동맹(Open Innovation Ecological Alliance)을 발표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제는 글로벌 표준까지 독식하려는 합종연횡을 추구하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 1개 경쟁기업의 연간 R&D 투자액이 우리나라 정부 투자액을 상회하는 상황으로, 개별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을 각자 개발하는 기존의 분산형 R&D 방식으로는 인력과 재원적인 측면에서 경쟁 한계를 보인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으로 구성된 국내 태양전지·모듈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대응을 위한 설비투자에 집중하기도 벅차다. 단기적인 성능향상, 실증 등을 위한 R&D 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소재·부품·장비 등의 양산성 검증 등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협력해 활용할 수 있는 R&D 인프라 투자는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태양전지·모듈 기업들이 제조라인에서 생산을 중단하고 개발 중인 다양한 제품들의 양산성을 검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손실이 막대하다.

개발제품의 트랙레코드(Track Record) 확보와 공인 성능측정을 위해서는 미국 NREL, 독일 프라운호퍼 등 해외기관에 검증 의뢰가 불가피한데 시간과 비용 손실이 발생해 내수 및 수출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경쟁국 대비 제한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요구되는 시점이며, 기업 수요와 산업트렌드에 부합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R&D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업 공동활용 R&D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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탠덤 태양전지는 기존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산업 기반을 활용함과 동시에 국내 보유의 박막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격차를 두며 선도할 수 있는 태양광 분야는?

현재 태양광 시장의 중심인 결정질 실리콘 중심의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 모듈 등 전 가치사슬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공격적인 R&D 투자로 기술격차는 점차 줄어들고 국내 산업경쟁력은 약화되는 추세다. 더욱이 중국기업들이 대규모 증설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지속 위협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의 유망한 기술로 탠덤 태양전지가 있다. 기존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와 같이 단파장 흡수 특성이 우수한 박막을 적층해 태양광 흡수 영역을 광대역으로 확대하고 전압을 향상할 수 있다. 기존의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산업 기반을 활용함과 동시에 국내 보유의 박막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더불어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의 소재, 장비, 공정, 품질관리 기술 유사성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양광 공동 R&D 센터’ 구축의 핵심 내용과 기대할 수 있는 바는?

그린뉴딜 사업으로 3년 간 정부출연금와 지방비 약 500억원을 투자해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연구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결정질 실리콘 및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제작을 위한 100MW급 파일럿 라인을 구축해 국내 기업의 핵심소재·부품·장비 R&D를 활성화하고 양산성을 검증한다. 더불어 파일럿 라인을 활용해 차세대 기술도 기업 공동으로 개발할 예정이며, 우리 기업의 R&D 효율 제고를 위해 세계 수준의 성능·효율 측정 기능도 육성할 것이다.

‘한국판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만들자는 계획으로 태양광 기업들이 원팀으로 연구개발에 협력할 수 있는 연구 센터가 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의 대규모 R&D 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셀·모듈 기업이 협력해 상승 효과를 창출하는 R&D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또한, 기존 알키미스트 프로젝트와 연계한 차세대 전지개발과 글로벌 인력양성을 추진한다. 독일 프라운호퍼, 스위스 로잔공대 등 유력한 해외 연구기관과의 국제 협력도 강화해 차세대 전지 개발의 글로벌 협력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공동의 목표에 역량을 결집한다면 원천기술을 조기 확보하고 견고한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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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 개요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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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태양광·풍력설비(누적) 목표비교(단위: GW) [자료=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100MW급 파일럿 라인 구축이 주목된다. 운영 방안은?

100MW급 파일럿 라인은 첨단 결정질 실리콘과 차세대 탠덤 태양전지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성을 검증할 수 있는 양산 기반 R&D 라인이다. 이에 기존 연구실 수준의 R&D 설비와는 다르게 항상 최고의 성능이 유지될 수 있도록 유지보수가 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셀과 모듈 제조기업의 양산 핵심 엔지니어들의 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에기평에서 추진하는 고효율, 단가저감 R&D의 대부분은 100MW 파일럿 라인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양산성 검증과 트랙레코드 확보를 통해 시험성적서를 제공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이에 국내외 기업들이 개발한 소재와 장비들의 양산성 검증을 위해 기존 양산 시스템을 중단하는 손해를 볼 필요가 없다.

또한 기업들이 도입하려는 양산 장비들의 품질보증 테스트도 가능하도록 융통성이 요구된다. 특히, 국내에서 신규로 양산 투자해야 하는 첨단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제조기업들의 위험 완화를 위해 국내외 장비업체에 그들이 개발한 일관(Turn-key)라인의 쇼케이스도 제공할 수 있도록 활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린뉴딜 정책이 향후 국내 에너지 산업, 태양광 산업에 미칠 영향은?

그린뉴딜 정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경제 회복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탄소배출 저감에 역점을 둔 사업이다. 태양광 모듈 탄소인증제를 도입해 정부보급사업 등에 저탄소 설비를 우대하고, 국민주주 프로젝트 등 주민참여형 사업 발굴로 국내 시장에서의 국산점유율을 제고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한 친환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RPS 의무비율 상향과 RE100 이행수단 마련을 통해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입지를 다변화해 태양광 신시장을 창출하며 태양광 산업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율경쟁 vs. 시장보호’ 관점에서의 의견이 있다면?

국제 협력과 특허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려면 해외 선도 기관과의 공동연구 활성화가 필요하나 정보 보안을 위한 제약으로 쉽지 않다. 중국 기업들이 차세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유럽의 선도 기관들과 공동연구를 강화하며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 기술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특허 경쟁력 강화가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R&D 지원과 기업들의 노력을 통해 태양광 관련 특허 출원과 등록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으나 양적 확대에 비해서 질적 향상은 부족하다. 단순 조합 발명보다는 원천 발명을, 특허 권리의 효력이 낮은 공정 순서나 방법 특허보다는 제품이나 물건 특허를, 국내 출원보다는 미국·유럽 등 주요시장 특허 등록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차세대 기술에 대한 특허 로드맵 구축, 매입을 포함한 원천·전략특허 확보, 특허침해소송 지원 등의 태양광 R&D 특허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

태양광 산업과 관련된 향후 계획 및 목표는?

과거 5년 간 태양광 3대 분야에 지원된 예산은 전체 R&D 예산 38%에 그쳤다. 그러나 향후 5년 동안에는 예산의 80% 이상이 집중될 것이다. 특히, 셀·모듈 중심의 R&D 지원을 바탕으로 관련기업의 정부 R&D 참여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업 공동활용 연구센터 구축을 통해 차세대 전지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뤄나갈 것이며,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효율 35%, 제조단가 0.1달러/W의 차세대 전지 개발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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