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터뷰]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 “지속적인 차세대 배터리 소재 투자와 친환경 노력 필요”
  • 이건오 기자
  • 승인 2023.03.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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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반도체 잇는 전도유망한 산업… 글로벌 경쟁력 키울 방안 마련해야

[인더스트리뉴스 이건오 기자] 차세대 산업의 시장 경쟁은 늘 치열하다. 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에서 경험했듯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세대 산업은 기업 혹은 국가의 경제 판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산업 중 하나는 ‘배터리’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핵심부품인 배터리 시장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배터리 산업이 발달했지만, 전기차 굴기 등 내수시장을 앞세워 중국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 [사진=인더스트리뉴스]

배터리 패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대응하고 있으며, 기술력을 입증 받은 K-배터리 또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본지는 포스코경영연구원 박재범 수석연구원을 만나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흐름과 전망, 국내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심도 있는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박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며, “차세대 배터리와 소재에 대한 투자와 친환경 측면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슈를 3가지 정도로 꼽는다면?

배터리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동인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자면 △업스트림 중요성 부각 △ 글로벌 공급망 재편 △친환경성 요구 강화를 들 수 있겠다. 세 가지 동인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소재와 원료를 업스트림으로 볼 수 있는데 그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 소재가 각광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이를 만드는데 필요한 핵심원료인 리튬, 니켈, 구리 등도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이에 연장선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니 배터리가 핵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업스트림인 소재와 원료 확보 없이는 배터리 제조가 원활치 않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인지라 이에 대한 해결이 불가피함을 인식하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핵심원자재법(CRMA) 등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전기차 배터리 관련 정책들은 궁극적으로 친환경성 요구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생애 전주기(Life Cycle) 관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면 내연기관차의 약 40%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지속적으로 줄여야 하는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배터리, 소재, 원료의 제조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물론, 공급받는 전력도 보다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이 세 가지 변화의 동인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재범 수석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의 뒤를 잇는 전도유망한 성장 산업이자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utoimage]

이러한 시장 흐름에 대응하는 국내 배터리 산업을 평가한다면?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은 기존에 상당 부분을 중국, 일본 기업에서 공급받았다. 지금은 이들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기업만으로도 충분히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국내기업들의 기술력과 양산능력이 앞서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료는 핵심광물의 채굴과 정제·제련의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 공통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며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국내기업들 중 업스트림의 최상단이자 가장 중요한 리튬, 니켈 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고 차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은 우리 기업들에게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회요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이에 대한 준비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탈중국 공급망 이슈에서 K-배터리 산업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원료-전구체-소재-배터리-전기차-재활용’으로 이어지는 전체 밸류체인에서 약한 고리가 어디인지를 살펴보고 단절되지 않도록 잘 이어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국내기업들로 전체 밸류체인(Full Value Chain)을 구축할 수 있는 완벽한 생태계가 조성된다면 K-배터리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차세대 배터리와 이를 위한 핵심소재의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집중해야할 부분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이 원활하게 스케일업 되고 높은 수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양산에 필요한 제조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28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배터리코리아 2022’에서 박재범 수석연구원이 강연하고 있다. [사진=인더스트리뉴스]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 등 배터리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시도에 대한 의견은?

배터리 산업은 반도체의 뒤를 잇는 전도유망한 성장 산업이자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다. 그러나 배터리의 핵심 수요처인 전기차 분야에서 국내 내수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과 주요 고객사가 해외에 있다는 것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료의 경우도 채굴 이후 다운스트림의 현지화에 대한 요구가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처럼 배터리 밸류체인 안에 있는 국내기업들이 해외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야만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주요 국가 중 전기차 시장이 가장 먼저 성장했던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미국과 유럽 시장은 분명히 그때와는 다른 상황이고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게 좋은 여건이지만 사업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할 것이다.

한편,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점차 불가피해지는 상황에서 산업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해외 진출도 필요하고 국내 기반 구축도 중요한 상황이다. 가장 우선시해야 할 것은 배터리 밸류체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이 밸류체인에 포함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쟁력 강화 방안과 연계된 세부 정책들이 많이 나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터리 산업이 지속가능한 먹거리 산업이 되기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많은 분들이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왔기 때문에 이미 충분한 솔루션들은 나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효과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특히 세 가지라고 생각된다. 첫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급망의 약한 연결고리 없이 국내기업들이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 두 번째는 차세대 배터리와 소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한 경쟁력 격차 유지, 마지막으로 CO2 저감과 에너지 사용량 감축 등 친환경 측면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있겠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및 원료 [사진=포스코퓨처엠]

배터리 리사이클링이 국내 배터리 산업에 미칠 영향과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준비가 필요한 사항은?

배터리 리사이클링은 새로운 원료 확보의 수단이자 보다 친환경적으로 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는 주로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공정스크랩을 이용해 리사이클링을 하고 있는데, 1세대 전기차의 폐차 시점인 2025년 이후에는 폐전기차가 대량으로 배출될 가능성이 높아 폐배터리를 통한 리사이클링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2030년을 기준으로 볼 때, 시장에서 필요한 전체 원료의 양에서 리사이클링을 통해 확보 가능한 양이 약 9%로 전망되고 있는데,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수급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리사이클링의 경우, 마이닝 방식과 비교할 때 배출되는 CO2의 양과 사용하는 에너지를 모두 7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대응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시대에 리사이클링을 통한 원료 확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내 리사이클링 관련 기업들은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은 상당부분 정책에 좌우되며 좋은 정책이 나오면 산업경쟁력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요국도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배터리 리사이클링 정책들을 고민하고 있다. 우리도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이 필요하겠다.

국내 배터리 산업의 R&D 강화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등 마더팩토리화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

차세대 배터리 분야의 마더팩토리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소재 등 전체 밸류체인에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마더팩토리 전략이 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인력 육성과 R&D 인프라 확충, 산학연 협력 등이 연계되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마더팩토리를 기획할 때 이미 고려됐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산업의 공동화 등에 대한 우려가 있는 현 상황에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이차전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포스코그룹은 어떠한 계획을 하고 있으며, 이에 기여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

포스코는 이미 10년 이상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와 원료 사업을 준비해왔고 순차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얼마 전 포스코케미칼에서 사명을 변경한 포스코퓨처엠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아울러 GM과 북미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오랫동안 원료 사업을 준비해왔으며 광석 리튬, 염수 리튬, 배터리용 니켈, 리사이클링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올해부터 이들 생산라인에 대한 준공 및 양산이 이어질 예정인데, 이를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가 겪고 있는 공급망의 약한 연결고리를 오히려 강점으로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는 2011년 포스코그룹에 합류해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준비하고 키우는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 이차전지-전기차 밸류체인을 전반적으로 분석하며 특히 소재와 원료 산업 분석, 시장·기술 전망을 수행하면서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전략 수립에도 일정 부분 참여해왔다.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예상되는 시기이고, 사업 환경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현 상황에서 산업과 시장의 미래에 대한 분석을 보다 강화해 포스코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해야 되는 역할이 있다. 또한, 포스코그룹의 경영이념이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with POSCO’인데, 저를 포함한 포스코경영연구원에서도 국내 이차전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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