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무단 소액결제 사건 관련 40대 중국교포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사진=경기남부경찰청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 관련 40대 중국교포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사진=경기남부경찰청

[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KT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단 소액결제 사건의 범죄 용의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범행에는 불법 소형 기지국 장비(펨토셀)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KT의 관리 부실과 함께 통신 보안망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중국 국적의 교포 장모(48)씨를 체포하고, 장씨의 부정 결제를 현금화한 혐의로 중국 국적의 류모(44)씨도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승합차에 불법 펨토셀 장비를 싣고 수도권 일대를 이동하며 KT 가입자들의 휴대전화를 무단 접속, 모바일 상품권 구매와 교통카드 충전 등의 소액결제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류씨는 이를 현금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2시 3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장씨를 체포했으며, 같은 날 오후 2시 53분 서울 영등포구에서 류씨를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불법 펨토셀이 압수됐다. 해당 장비는 통신 설비와 안테나 등으로 구성돼 휴대전화 통신망을 가로채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장씨가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통제하고 소액결제까지 가능하게 했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장씨와 류씨 모두 합법 체류 신분의 중국 국적 교포이며, KT 등 통신사 근무 경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가 단독으로 범행했을 가능성을 우선 염두에 두고 있으나, 추가 조력자가 있었을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KT 김영섭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최근 발생한 소액결제 피해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창석 KT 네트워크 부문장 부사장, 김영섭 사장, 이현석 커스터머 부문장 부사장./사진=서영길 기자 
KT 김영섭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 사옥에서 최근 발생한 소액결제 피해와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창석 KT 네트워크 부문장 부사장, 김영섭 사장, 이현석 커스터머 부문장 부사장./사진=서영길 기자 

◆ 피해 건수 278건·IMSI 5561건 유출…KT 관리 부실 논란

한편 KT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번 무단 소액결제 피해 건수는 총 278건, 피해액은 1억7000여만원에 달한다.

또 불법 펨토셀 2대를 통해 고객 5561명의 가입자식별번호(IMSI)가 유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IMSI는 유심(USIM)에 저장된 고유 번호로 단독으로는 결제에 사용할 수 없지만,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될 경우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KT 관계자는 “현재까지 IMSI 외에 고객을 직접 식별할 수 있는 다른 개인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용의자들이 사전에 확보한 개인정보와 IMSI 정보를 결합해 범행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KT는 피해 278건 모두 ARS 인증을 통한 결제였다고 밝혔다. ARS 인증은 이름, 휴대전화 번호, 생년월일 등을 입력한 뒤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인증 전화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경찰은 장씨가 불법 펨토셀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로 향하는 ARS 전화를 가로채 본인 인증 절차를 대신 수행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펨토셀 관리 부실도 문제로 지적된다. KT는 약 15만대의 펨토셀을 운용해 왔으나 철거·수거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중고시장 등에서 손쉽게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씨가 해당 팸토셀을 직접 불법 제조·변조했거나 제3자로부터 입수했을 가능성도 함께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범행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며 “추가 조사 후 두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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