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뉴스 서영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기존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양강 이커머스 체제에 새로운 ‘공룡급’ 경쟁자가 가세했다.
해외직구 1위 알리익스프레스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G마켓의 국내 운영 경험이 결합하면서 온라인 쇼핑 시장은 ‘빅3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소비자 혜택 확대와 K-상품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크지만 과도한 가격경쟁과 국내 플랫폼의 중국 종속 우려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지난 1월 합작법인(JV) 설립 신고 후 약 8개월 만이다.
합작법인은 ‘그랜드오푸스홀딩’으로 출범하며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를 5대 5 구조의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양사는 독립 운영 체계를 유지하되, 판매자 지원·물류 인프라·해외 판로 개척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 이커머스 ‘3파전’으로 재편…쿠팡 독주 막고, 네이버와 정면 승부
G마켓-알리의 이번 합작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네이버·G마켓-알리 연합의 ‘강대강대강’ 삼자 구도로 재편된다.
이같은 구도는 수치로도 잘 드러난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이 3422만 명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G마켓-알리 연합(알리익스프레스 920만 명, G마켓 668만 명, 옥션 266만 명)이 1854만 명으로 뒤를 잇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431만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숫자만 살펴봐도 G마켓-알리 연합은 약 2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보유한 거대 사업자로 발돋움하는 셈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들 연합군이 방대한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신선식품, 가전, 패션 등 고부가가치 상품군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신세계 계열사로 신선식품에 특화된 SSG닷컴도 간접적으로 이들 연합에 합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신선식품 시장을 아직 확고한 1위가 없는 무주공산 영역으로 분류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G마켓-알리 연합이 SSG닷컴의 지원에 더해 기존 G마켓의 국내 물류·유통 시설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쿠팡과 네이버가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공산품뿐 아니라 신선식품 시장 점유율도 빠르게 확장해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가격경쟁 심화에 국내 이커머스 종속 우려 불가피
이번 합작으로 60만 명의 G마켓·옥션 판매자들은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해외 판로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해외직구 시장 점유율 37.1%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G마켓의 3.9%를 더하면 점유율이 41%에 달한다.
첫 진출 지역은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5개국이며 이후 유럽·남미·미국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G마켓이 사실상 종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새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합작법인의 지분은 5대 5이지만 신세계 이마트는 G마켓 지분 80%만 보유하고 나머지 20%는 재무적 투자자가 갖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즉 신세계의 합작법인의 실질 지분율이 40% 수준으로 줄어들게 돼 장기적으로 알리바바가 경영권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G마켓이 알리와의 협력으로 숨통을 틀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권이 알리 쪽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글로벌 자본 종속구조로 가속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가격 경쟁 심화에 따른 국내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거래되는 공산품 상당수가 중국산 제품인데, 알리가 G마켓을 통해 이 상품들을 대규모로 유입시키면 다른 플랫폼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인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충성 고객층 확보도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다. 두 플랫폼의 이용자 수를 단순 합산해도 실제로는 중복 고객이 많아 추가 유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물리적 결합 외에 새로운 서비스로 충성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느냐’가 합작법인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이커머스 시장 겨냥한 신세계의 마지막 반격인가
업계는 이번 G마켓-알리 기업결합을 신세계그룹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지막 반격을 노리는 승부수로 보고 있다.
신세계는 2021년 6월 무려 3조4404억원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이커머스에 뛰어들었지만, G마켓‧옥션의 차별화 부재와 적자 누적으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합작을 통해 신세계는 알리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 쿠팡과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린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정형권 G마켓 대표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알리익스프레스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한 것은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G마켓의 상품 신뢰도와 서비스 체계, 가격경쟁력 있는 알리바바 상품을 활용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로 대표되는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는 한국 시장에서 ‘초저가’ 이미지를 앞세워 성장했지만, 잦은 품질 논란으로 인해 소비자 신뢰와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편이다.
이에 신세계와의 협업이 이러한 품질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타 경쟁사가 가격 및 배송속도 등으로 치고 들어오는 와중에 G마켓-알리 연합은 신규 서비스나 사용자 경험에서 혁신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물리적인 인프라만 커지는 것 보다 고객 인터페이스·AS 체계·리스크 관리 같은 운영 시스템이 결국 합작사의 차별점을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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