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24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한 외환딜러가 증시 현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00원대에 근접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관세전쟁 강화와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투자 확대(이른바 ‘서학개미’ 현상)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 강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안과 한국 수출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수입물가와 기업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주 대비 4.9원 오른 1397.5원을 기록했다. 이로써 환율은 다시 1400원선 돌파를 목전에 두게 됐다.

현재 환율 상승의 배경에는 대내외 복합적인 불확실성 요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과 관련된 대미 투자 협상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약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방식으로 전액 현금 지급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등의 여건을 이유로 전액 현금 투자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3500억 달러를 전액 현금으로 투자할 경우,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의 재정 리스크가 대표적이다. 영국 정부는 4~8월 사이 838억 파운드를 차입했으며, 이는 예산책임청(OBR)의 전망치인 724억 파운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에 따라 파운드화 가치는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외환시장 불안은 국내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로 인해 수입물가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특히 1차 금속제품과 전자·광학기기 등의 수입물가 상승은 기업 원가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 경기전망 소비자심리지수(CSI)는 미국의 관세 부과 확대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로 인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반도체가 대만·아세안 등에서 중간재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주요 반도체 교역국에 대한 관세 인상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원·달러 환율은 점진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재개 기대감, 반도체 업황 개선 및 원유 가격 안정화에 따른 ‘3저(低)’ 효과 등으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연말 환율이 1350~1360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한·미 간 대규모 투자 패키지 협상의 결과는 환율 변동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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