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 / 사진 = 롯데카드 
서울 중구 롯데카드 본사. / 사진 = 롯데카드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롯데카드가 대규모 해킹 사고 이후 차기 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새 대표는 흔들린 신뢰 회복과 경영 안정, 기업가치 제고라는 복합 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됐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승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조좌진 대표와 MBK파트너스 소속 비상무이사였던 김광일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조 대표는 후임 CEO가 확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권한을 유지하며 경영 공백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 변화는 단순한 CEO 교체를 넘어선 의미를 갖는다. 해킹 사고 이후 롯데카드는 최고경영진과 본부장급 임원 4명을 포함한 고위 임원 5명이 한꺼번에 사의를 밝히는 등 조직 전반에 대한 대대적 정비에 들어갔다. 이는 보안 리스크뿐 아니라 내부통제와 의사결정 체계를 재정비하겠다는 대주주 MBK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김광일 부회장의 이사회 이탈 역시 ‘독립성 강화’와 ‘책임 경영 체제 전환’ 신호로 해석된다.

차기 CEO는 12월 중순에서 연말 사이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규정상 승계 절차가 개시되면 30일 안에 후보 검증, 서류 심사, 평판 조회가 모두 진행돼 일정이 빠듯하다. 그동안 조 대표가 3연임하며 사실상 단독 후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후보군이 넓어져 인선 방향 예측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해킹 사태 이후 ‘보안·리스크 관리’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만큼, 내부 승진보다 외부 영입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새 CEO가 맞닥뜨릴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난 9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이후 소비자 불안이 빠르게 확산되며, 회원 수는 8월 대비 10만 명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업 카드사 중 회원 수가 감소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건전성 지표도 부담이 된다. 3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45%로 업계 평균(0.73~1.26%)을 크게 웃돌았다. 

홈플러스 회생 신청으로 구매전용카드 대금 6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점과 7020억원 규모 팩토링 대출 잔액 중 연체 발생으로 상반기에 대손상각비 239억원이 반영된 점 등이 건전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향후 비용 부담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카드는 5년간 정보보호 투자 1100억원 계획을 제시했으며, 내년 2월 시행되는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 등으로 수익성 개선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사고 관련 과징금과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남아 있어 경영 리스크가 일정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보안 이슈가 아니라 사업 전반의 신뢰와 체력 문제”라며 “카드업 운영 경험과 위기관리 역량을 갖춘 검증된 외부 전문가가 CEO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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