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 사진 = 연합뉴스 
골드바 / 사진 = 연합뉴스 

[인더스트리뉴스 김은경 기자] 금값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와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약화 우려가 금에 대한 투자 수요를 자극한 결과로 풀이된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현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2% 오른 트로이온스(약 31.1g)당 3632.51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3646.29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도 0.7% 상승해 온스당 3680.30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3주 동안 금값은 9% 넘게 올랐으며,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무려 37%에 달한다.

이 같은 상승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와 급증하는 재정 적자로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약화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확장적 재정 지출과 관세 정책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금은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미국의 8월 고용지표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금값 상승세에 추가적인 동력이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고용 지표는 금값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 중 하나다. 피터 그랜트 제이너메탈스 부사장 겸 수석 귀금속 전략가는 CNBC 인터뷰에서 “고용 부진이 지속되고, Fed가 2026년 초까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금값을 꾸준히 떠받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고용 부진을 바탕으로 오는 9월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88%,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약 12%로 반영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금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낮아지면 채권 수익률이 감소해 투자 매력이 떨어지며, 투자자들은 대체 자산인 금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크리스 터너 ING 글로벌 시장 헤드는 “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금의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 특히 미국 국채에서 대거 이탈할 경우 금값이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안 스트루이븐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매도하고 금으로 이동한다면, 금 가격은 더욱 급등할 수 있다”고 밝혔다. 블랙록 투자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 미 국채는 더 이상 주식 시장 급락 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이에 따라 금이 회복력 있는 포트폴리오 구성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Fed 이사의 해임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도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사안이 법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금 값의 향방도 달라질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Fed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시도를 지속한다면, 투자자들의 불신이 확대되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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